"반갑다 전우야" 켈로부대 노병들 62년 만에 해후

5인의 노병(老兵)은 13일 서울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구형 미군 프로펠러 수송기 앞에서 60여년 전 북한 침투 작전을 회상했다.

"이것보다 홀쭉한 비행기였어. 1950년 10월 수송기를 타고 평양 근처에 가서 낙하하는데, 새벽인데도 날이 훤해. 적 총탄이 빗발쳤어. 7명이 함께 투입됐는데, 나만 살고 나머지는 모두 전사(戰死)하거나 실종됐지."(윤용종)

"1951년 8월 평남 덕천 부근에 낙하해 정보를 입수하고 도보로 남하하던 중 다른 부대원이 지뢰를 밟는 바람에 넓적다리에 파편이 박혔어. 겨우 전선(戰線)을 넘어왔는데 우리 육군이 나를 북한 스파이로 알고 취조하는 거야. 미(美) 첩보기관 소속이었으니 우리가 누군지 국군도 몰랐지."(김호진)

5인의 노병은 6·25전쟁 당시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처(KLO)' 켈로부대의 부대장 최규봉(89)씨와 대원 윤용종(85), 전영찬(84), 김호진(83), 우용빈(77)씨다. 15일 해군 주관으로 진행되는 인천상륙작전 62주년 재연 행사에 특별 초청돼 대형 수송함 독도함에 오를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북첩보를 담당하기 위해 창설된 켈로부대는 인천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주요 작전에 투입돼 수많은 승리를 이끌었다.

최규봉씨는 1950년 9월 14일 특공대를 이끌고 적진(敵陣) 한가운데 있던 인천 팔미도에 잠입해 적을 섬멸하고 등대를 켜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된 미 함정을 인도했다. 나머지 4명은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최씨는 "이들은 (포로로 잡혔을 때를 대비해) 한 모금 빨면 저 세상으로 가는 담배 한 갑씩을 지급받고 북한 땅에 뿌려졌다"며 "10명 낙하하면 1명 살아오는 게 고작이었다"고 했다.

우용빈씨는 16세 때인 1951년 12월 평양에 낙하했다. 당시 키 1m55㎝, 몸무게 50㎏으로 체구가 작아 낙하산 줄 48개 중 4개를 줄이는 등 소형으로 특수 제작한 낙하산을 탔다고 한다. 우씨는 "검은색 학생교복을 입고 낙하산 가방을 메고 수송기에 올랐다"며 "수송기 안에는 인민군 군복, 신사 양복, 무명 바지저고리 차림 등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요원들이 타고 있었다"고 했다.

전영찬씨는 1951년 4월 당시 최대 수력발전소인 화천발전소 탈환 작전에 참여했다. 당시 미군은 아무리 폭격해도 다음 날이면 나타나는 수십 문의 중공군 대포 때문에 탈환 작전을 개시하는 데 주저했다고 한다. 전씨는 "실제 가서 확인해 보니 대포는 전나무를 깎아 페인트칠을 한 가짜였다"며 "이후 미군이 공격을 감행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켈로부대는 휴전(休戰) 이후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5000여명의 부대원 중 현재 100여명만 생존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첩보 임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비밀리에 선발돼 군번 등 개인 병적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최규봉씨는 "제대할 때 '30년 동안 당신들이 받은 훈련과 임무를 발설하면 안 된다'고 교육받았다"며 "이제라도 켈로부대에 대해 제대로 평가작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