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댁 35명, 꿈에 그리던 친정 나들이

경남 창원시로 시집온 뜨황나(34)씨는 지난 8일 들뜬 표정으로 고국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기업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남편 이강우(45)씨와 두 딸도 함께 가는 5년 만의 친정 나들이다. 비행기가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뜨황나씨 얼굴은 상기됐다. 공항 대합실에 마중 나온 어머니 응우옌티란(63)씨를 한참 동안 부둥켜안았다. 뜨황나씨는 "오랜만에 친정에 오니 마음이 편안하다"며 활짝 웃었다.

뜨황나씨를 포함해 결혼과 함께 한국에 온 이주 여성 35명(가족 포함 모두 124명)이 일주일 일정으로 고국 베트남을 방문했다. 삼성생명이 한국여성재단과 함께 2007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이주 여성 모국 방문 사업' 덕분이었다. 고향에 좀처럼 가보지 못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친정 가족을 만날 기회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어머니가 성장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하노이 동남쪽 90㎞쯤에 있는 뜨황나씨 친정집에는 근처에 사는 오빠 3명과 여동생이 모였다. 뜨황나씨는 왼쪽 귀에 보청기를 낀 아버지 뜨민응옥(67)씨 손을 잡고 "아버지 귀가 어둡고 폐가 안 좋아 걱정했는데 직접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뜨민응옥씨는 사위 이씨 손을 잡고 과일과 맥주를 자꾸 권했다. 응우옌티란씨도 딸과 사위를 위해 갖가지 요리를 준비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눈빛과 손짓으로 한 가족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 장인과 장모는 "우리 사위는 주말에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며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뜨황나씨와 이씨의 만남은 2005년 이씨의 직장 동료인 베트남 여성이 "고향 친구인데 소개해주고 싶다"며 뜨황나씨 사진을 이씨에게 보여주면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전화·이메일로 사랑을 키워 몇 달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씨의 장인 뜨민응옥씨는 오른팔의 총탄 자국을 보여주며 "1971년부터 3년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은 지나간 일이고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우리 사위는 괜찮은 사람"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