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 평생 기부… 그 울림은 컸다

지난달 말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 사무국에 뜻밖의 전화가 걸려 왔다. 충남 서산시 대산 공장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 협력업체 성신STA의 이원용 소장이었다. 그는 "비록 적은 액수지만 버스 운전기사들이 급여 1% 나눔에 동참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성신STA 직원 22명 전원은 그날로 약정을 맺고 월급 1% 기부를 시작했다.

꼭 1년 전인 작년 9월 25일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의 급여명세표 공제란에는 '급여 나눔 1%'라는 새 항목이 생겼다. 월급 1%씩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금으로 자동 적립하는 이 운동은 '나눔의 정(情)'을 회사 안으로부터 온 사회로 확산시켜 나갔다. 모친상을 치른 한 임원은 부의금 일부를 재단에 기탁했고, 큰아들을 결혼시킨 김태경 노조위원장은 축의금을 선뜻 내놓았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받은 우승 상금, 사보 원고료, 본인 결혼 후 돌리던 떡값을 아낀 금액도 차곡차곡 쌓여 갔다. 1년에 몇 차례 친목 모임을 갖는 일선 주유소 사장들도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탰고, 동참하겠다는 협력업체들도 계속 늘어났다.

현대오일뱅크뿐 아니라 포스코, 미래에셋, 삼성토탈 등 대기업의 1% 나눔운동 동참 선언이 이어졌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대오일뱅크의 특색 있는 사회 공헌 활동이 인상적"이라며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라는 축전을 보내오기도 했다.

처음엔 걱정도 있었다. 직원들이 월급을 기부해야 하는 이 운동을 회사가 강제할 수 없어 직원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김태경 노조위원장도 "첫 출발 땐 참여율이 60%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초 참여율이 96%에 달할 정도로 직원들 반응은 뜨거웠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말 '1% 나눔재단'을 설립했고, 현재 총 11억3000만원을 모았다.

신입사원들도 기쁘게 동참했다. 올해 초 입사한 홍진덕씨는 "입사 전에는 솔직히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내 생애 첫 월급부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출발부터 남달랐던 재단인 만큼 어떤 사업을 펼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참여자 모두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수십 차례 논의를 거친 끝에 제도권에서 소외받는 어르신과 청소년을 위해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다양한 실천방안을 마련했다. '1% 사각지대 희망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매월 한 차례 차상위 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조손(祖孫)·결손 가정 어린이들에게 1년간 학습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랑의 어부바 캠페인'도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이나 영세 화물차 운전자 자녀를 위한 '희망 에너지 장학사업'도 올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1% 나눔 진지방'은 이달 말 서울 시내 노인복지관 한 곳에서 개소식을 연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순직하거나 재해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사랑의 SOS 기금', 복지 서비스 종사자와 기관을 응원하는 '좋은 세상 나눔이 지원 사업' 등도 마련됐다.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의 김성용 사무국장은 "직원들 월급 1%를 모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돈 1000원도 헛되이 쓸 수 없다"며 "이 운동이 회사 분위기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