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 토종이 원조 앞섰다

17일 낮 서울 중구 CJ푸드월드 건물 지하 VIPS 매장.

비 오는 월요일이지만 인근 회사 직장인들과 아이를 데리고 온 주부 등으로 자리는 꽉 차 있다. 매장 관계자는 "평일에도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진출해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기를 끌던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 반면, 한국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은 경기 불황에도 매출과 매장 수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오픈한 이랜드의 외식업 브랜드 '애슐리'는 현재 국내 매장이 112개이다. 1997년 국내에 진출한 해외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106개)를 제치고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분야 매장 수 1위에 올랐다. 카페베네가 작년 11월 론칭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도 현재 계약·오픈 가맹점이 60개를 넘겼다.

반면 1992년, 1995년 국내 진출한 'T.G.I. 프라이데이스'와 '베니건스'는 전국 매장 수가 각각 39개, 23개밖에 안 된다. 최근엔 '9900원 런치세트 메뉴' 등을 앞다퉈 내며 저가 정책을 밀고 있다. 외식업 관계자는 "잘나가는데 굳이 저가 메뉴를 내놓을 필요가 없다"며 "업체가 매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해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보다 늦게 진출한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국계를 앞서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우선 높은 해외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수익은 매출의 6% 안팎"이라며 "해외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엔 매출의 2% 정도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한 메뉴 개발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애슐리는 '갈릭 떡갈비' '까르보나라 떡볶이'와 된장국 등을 제공하고, 썬앳푸드의 '매드포갈릭'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늘을 다양하게 요리했다. 블랙스미스는 고추장을 이용한 '스파이시 폭립과 왕새우' '미역국 파스타' '누룽지 파스타' 등 한국식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건강식을 제공한다는 점도 고객들을 토종 프랜차이즈로 이끌고 있다. 삼양그룹이 운영하는 '세븐스프링스'는 대부분의 메뉴를 튀기는 대신 굽거나 쪄서 칼로리와 콜레스테롤을 낮췄다. 미스터피자가 운영하는 '제시카키친'도 지난여름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제시카의 힐링(healing)키친'이라는 주제로 마늘, 곤약, 관자조개, 블루베리 등을 이용한 신메뉴 18종을 선보였다.

10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애슐리는 가격 경쟁력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 애슐리의 대표 메뉴인 샐러드바(bar)는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의 절반에 가까운 9900원(부가세 포함) 가격에 60여 가지 채소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인기다. 최근 매장 오픈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10시 30분으로 앞당겨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인 점도 호응을 얻고 있다.

토종 패밀리 레스토랑은 현재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활발히 추진하는 중이다. CJ푸드빌은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로선 처음으로 14일 베이징에 VIPS 1호점을 오픈하며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2016년까지 해외에서 외식산업으로만 6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애슐리는 올해 상하이에, 매드포갈릭은 필리핀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