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이웃이 있는 도시로" 수원 '마을 르네상스' 눈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있는 수원 제일교회는 화성 성곽에서 불과 2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세 고딕 양식으로 우뚝 서 있는 이 교회의 종탑에 지난 14일 '노을빛 전망대'가 문을 열었다. 수원 화성 성곽은 물론 팔달산과 구도심 일대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수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작가들을 위한 갤러리, 수원 화성 미니어처도 갖췄다. 전망대는 수원시가 공모를 통해 추진한 '마을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개장식에 참석한 염태영 시장은 "앞으로 노을빛 전망대가 수원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덕담도 했다. 교회 측에서는 앞으로 전자 도서관을 겸한 북카페를 조성해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과제 찾아

수원시가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마을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펼치고 있는 '마을 르네상스 운동'이 하나하나 작은 결실을 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두루 벌어지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과 성격이 비슷하다. 수원시는 특히 '마을 르네상스'라는 정책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 만들기 추진단이라는 전담 조직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도 구성했다. 또 지역 시민단체와 활동가가 참여하는 르네상스 센터도 운영하는 등 지원체계도 갖췄다.

수원시에 따르면 마을 르네상스 운동은 주민 스스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심사하고 선정해 각각 500만~4000만원 정도씩 예산을 지원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과제를 찾아내며, 주민참여도나 효과가 주요 심사 기준이 된다. 작년에는 55개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80개 사업이 선정돼 사업이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하반기 사업 공모를 거쳐 56개가 선정됐다.

마을 르네상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정이 넘치는 공동체를 되살려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 참여하는 프로그램 개설, 각종 시설·공간 만들기 등 유형도 다양하다. 권선구 금곡동의 칠보산 마을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초등대안학교, 생태교실, 칠보농악전수회 등 공동체적 가치와 문화를 지향하는 단체들이 10여년째 활동해왔다. 작년에는 이 단체들과 마을 주민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칠보산 마을 신문'을 창간했다. 어른, 어린이,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기자학교를 개설해 운영하는 등 준비 작업을 거쳐 신문을 펴낼 수 있었다. 팔달구 행궁동에서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참여해 '금빛 합창단'을 만들었다.

◇옥상 텃밭·밤나무 동산도

권선구 곡반정동 원룸단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고렴골 마을 만들기 협의회'는 옥상 텃밭 조성에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7가구가 참여했으나 올해는 23가구로 늘어났다. 옥상에 목재 박스 등을 이용해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재배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수익금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시흥 등 다른 지역의 마을 만들기 참여 주민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 권선구 입북동의 삿갓마을에서는 약 1000평의 밭에 명아주 2000여 그루를 심었다. 10월에 수확하면 장수 지팡이(청려장)를 만들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할 계획이다.

마을에 필요한 휴식 공간을 만들거나 주변 환경을 바꾸는 사업도 한창이다. 권선구 세류3동은 주택가의 경사가 가파른 도로에 십장생도, 마을지도 등을 담아 벽화거리를 만들었다. 작은 꽃밭도 만들어 마을 분위기를 바꿨다. 팔달구 지동의 15·16·17통 지역에도 2개 골목 380m 일대에 벽화가 조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장안구 율천동에서는 밤밭에서 유래한 마을의 정체성을 살려 정자, 운동기구 등을 갖춘 밤나무 동산이 탄생했다. 주민들이 참여해 즐기는 마을 축제인 '밤밭 축제'도 열고 있다.

수원시는 최근 마을 르네상스 운동의 취지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마을 르네상스 주간' 행사도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장안구민 한누리아트홀에서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마을 르네상스'라는 주제로 마을 르네상스 헌장 선포식을 치렀다. 16일에는 수원 화성박물관에서 아이디어 공모 경연대회와 사례 발표회도 열렸다. 올해 하반기 공모 사업에 선정된 56개 사업주체에 지원증서도 수여했다. 18일에는 화성박물관에서 마을 만들기 전국 사례 발표회를 개최했으며, 19일 오후 5시 화성 행궁 광장에서 폐막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