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아가씨' '페르샤 왕자' 첫 녹음 목소리 찾았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1950년대는 '암흑기'로 통한다. 6·25전쟁으로 사회도 혼란했고, 전쟁통에 당시 음악 경향을 알 수 있는 음반 등 자료도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는 중요 자료들이 반세기 만에 나타났다.

50년대 대표 음반사 '도미도레코드' 소장 음원을 CD로 만든 '도미도 베스트 컬렉션' 제작 과정에서 5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마스터 음원 200여개, SP(유성기) 음원 600여개, 악보 500여점이 발견된 것. 이달 말 발매 예정인 '도미도 베스트 컬렉션'(총 100곡)에는 43곡이 우선 수록됐다. 이 가운데 이경란의 '이별의 밤열차'(1950년대 초반 추정), 문성남의 '황혼의 바다'(1954년), 청자·등자의 '섬처녀'(1950년대 초반 추정) 등은 가수·노래 모두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굴된 '신곡'들이다. '꿈에 본 내 고향'으로 유명한 가수 한정무의 '미국 간 딸 소식'(1955년)도 새로 발견됐다.

지금까지도 애창되고 있는 50년대 발표 가요들의 오리지널 음원도 처음 발굴됐다. 금사향의 '홍콩 아가씨'(1952년), 허민의 '페르샤 왕자'(1954년), 김용만의 '정열의 차차차'(1958년) 등이다.

이 자료들은 '빈대떡 신사'의 가수이자 도미도레코드 설립자인 한복남(1919~91)의 아들 하기송(72·작곡가)씨가 보관해오다 최근 한 음반사가 이를 구입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씨는 "해방과 60년대 사이 공백기로 여겨지던 50년대 대중음악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료"라고 했고, 평론가 장유정씨는 "해방 이전보다도 자료가 빈약한 50년대의 마스터음원과 악보들이 온전히 보관됐다는 것 자체가 놀랄만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