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2·3등은 고전… '승자독식' 더 심해졌다
입력 : 2012.09.18 21:39
금융위기 후 1등 기업 매출액·순이익 점유율 커져
삼성전자 순이익 점유율 77%서 90%로 올라가… 현대·기아차, 71%서 104%로
내수업종인 유통업도 심각… 신세계 순이익 점유율 59%
위기 때도 1등 기업은 여력 추가 투자 통해 지배력 키워
"삼성 빼면 오히려 사정이 나빠진 곳도 많은데 왜 이렇게 괴롭히나 모르겠어요."
한 IT(정보통신) 대기업에 다니는 임원이 최근 평소 친분이 있는 공무원과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정부가 2010년부터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각종 부담을 강화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이다. 이 임원은 "1위 기업은 누구를 도와줄 여유가 있겠지만, 그 밑으론 자체 생존도 버거워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1위 기업의 지배력이 절대적으로 강화되는 '승자 독식(勝者獨食)' 현상이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본지가 우리투자증권에 의뢰해 IT·자동차 등 주요 13개 업종의 2007~2011년 사이 매출액 및 순이익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업종에서 1위 업체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업종 가운데 매출액은 9개 업종에서, 순이익은 7개 업종에서 1위 업체의 장악력이 확대됐다. 반면 2·3위의 영향력은 줄어들어 '빅3'라는 표현이 무색해지고 있다.
◇IT 업계 순이익 100원 중 90원 삼성전자 몫
IT 업종의 경우 1위인 삼성전자의 매출액 점유율은 2007년 40.3%에서 2011년 48%로 7.7%포인트 올라갔다. IT 업종 전체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 삼성전자의 몫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순이익 점유율은 77.2%에서 90.4%로 올라갔다. 지난해 국내 IT 업계가 거둔 이익 가운데 90%를 삼성전자가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반면 1위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IT업계 2·3위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로 변함이 없지만,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24%에서 20.5%로 줄었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NHN과 SKC&C가 2·3위를 차지했는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2·3위의 순이익 비중이 26.7%였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동안 LG전자·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NHN·SKC&C 등 여러 업체가 순이익 2~3위를 오갔다"고 말했다. 2위 이하 기업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한 IT(정보통신) 대기업에 다니는 임원이 최근 평소 친분이 있는 공무원과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정부가 2010년부터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각종 부담을 강화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이다. 이 임원은 "1위 기업은 누구를 도와줄 여유가 있겠지만, 그 밑으론 자체 생존도 버거워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1위 기업의 지배력이 절대적으로 강화되는 '승자 독식(勝者獨食)' 현상이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본지가 우리투자증권에 의뢰해 IT·자동차 등 주요 13개 업종의 2007~2011년 사이 매출액 및 순이익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업종에서 1위 업체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 업종 가운데 매출액은 9개 업종에서, 순이익은 7개 업종에서 1위 업체의 장악력이 확대됐다. 반면 2·3위의 영향력은 줄어들어 '빅3'라는 표현이 무색해지고 있다.
◇IT 업계 순이익 100원 중 90원 삼성전자 몫
IT 업종의 경우 1위인 삼성전자의 매출액 점유율은 2007년 40.3%에서 2011년 48%로 7.7%포인트 올라갔다. IT 업종 전체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 삼성전자의 몫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순이익 점유율은 77.2%에서 90.4%로 올라갔다. 지난해 국내 IT 업계가 거둔 이익 가운데 90%를 삼성전자가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반면 1위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IT업계 2·3위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로 변함이 없지만,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24%에서 20.5%로 줄었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NHN과 SKC&C가 2·3위를 차지했는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2·3위의 순이익 비중이 26.7%였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동안 LG전자·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NHN·SKC&C 등 여러 업체가 순이익 2~3위를 오갔다"고 말했다. 2위 이하 기업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한 회사나 다름없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시장 순이익 점유율이 2007년 71.7%에서 지난해 104.5%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순이익이 업종 전체 순이익보다 많았다는 뜻으로, 쌍용자동차 등 적자를 본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이익 측면에서 승자 독식이 심화된 것은 조사 대상 13개 업종 가운데 IT·화학·조선·자동차·유통·증권·백화점 등 7개 업종이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IT·통신·건설·자동차·유통·증권·백화점·무역·음식료 등 9개 업종의 1위 점유율이 크게 늘어났다.
승자 독식은 위기 때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때 한계기업이 정리되면 이들이 차지하던 부분을 지배력이 있는 1위 기업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데다, 다른 기업이 움츠릴 때 1위 기업은 추가 투자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더욱 높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업종 승자 독식은 심각
업종 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이 반드시 다른 기업의 몫을 뺏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가운데 84%가 수출 등을 통한 해외 매출이었다. 국내 매출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결국 수출을 많이 해 매출과 이익이 커지면서, 전체 IT 업종 내 매출과 이익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내수 업종의 경우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유통업의 경우 1위 업체인 신세계의 순이익 점유율은 2007년 28%에서 지난해 59.3%로 급증했다. 반면 2·3위인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의 순이익 점유율은 48.9%에서 21.6%로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현대 역시 이익이 많이 늘었지만 신세계의 증가율이 워낙 독보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수출 업종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대부분 수출 기업이 해외에선 경쟁 압력으로 인해 낮은 값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높은 값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해외보다 국내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은 공개하지만 해외 이익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 독식의 질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애플 같은 가치창조(value creation)형 승자 독식이 돼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남의 가치를 뺏어오는 밸류 캡쳐(value capture)형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 세기의 독과점 기업형 승자 독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순이익 측면에서 승자 독식이 심화된 것은 조사 대상 13개 업종 가운데 IT·화학·조선·자동차·유통·증권·백화점 등 7개 업종이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IT·통신·건설·자동차·유통·증권·백화점·무역·음식료 등 9개 업종의 1위 점유율이 크게 늘어났다.
승자 독식은 위기 때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때 한계기업이 정리되면 이들이 차지하던 부분을 지배력이 있는 1위 기업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데다, 다른 기업이 움츠릴 때 1위 기업은 추가 투자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더욱 높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업종 승자 독식은 심각
업종 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이 반드시 다른 기업의 몫을 뺏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가운데 84%가 수출 등을 통한 해외 매출이었다. 국내 매출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결국 수출을 많이 해 매출과 이익이 커지면서, 전체 IT 업종 내 매출과 이익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내수 업종의 경우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유통업의 경우 1위 업체인 신세계의 순이익 점유율은 2007년 28%에서 지난해 59.3%로 급증했다. 반면 2·3위인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의 순이익 점유율은 48.9%에서 21.6%로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현대 역시 이익이 많이 늘었지만 신세계의 증가율이 워낙 독보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수출 업종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대부분 수출 기업이 해외에선 경쟁 압력으로 인해 낮은 값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높은 값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해외보다 국내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은 공개하지만 해외 이익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승자 독식의 질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애플 같은 가치창조(value creation)형 승자 독식이 돼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남의 가치를 뺏어오는 밸류 캡쳐(value capture)형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 세기의 독과점 기업형 승자 독식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