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3.0시대의 경제학] 위성산업, 정부 R&D·기업 상용화 양날개로 가야

2014년 발사 예정인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에는 850만달러(95억원)짜리 독일제 적외선 센서가 들어갔다. 밤에도 지상 관찰이 가능한 장치다. 이 기술은 국내에도 있었다. 방위산업체인 아이쓰리시스템이 2010년 열(熱) 감지 적외선 센서 양산에 들어갔던 것. 메모리 스틱만 한 이 센서는 국산 K1 전차의 지휘관용 조준경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회사가 개발을 끝낸 2009년부터 30억원을 지원해 최근에야 이 센서를 위성용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교과부와 국방부 간 장벽 때문에 군(軍)이 이미 개발한 좋은 기술을 제때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교과부는 위성 구매 대행사?

아리랑 3A호는 핵실험 등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열로 감지할 수 있다. 다목적 실용위성이라지만 지상감시 기능이 강하다. 개발비도 방위사업청이 가장 많이 내며 위성영상도 정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배포할 수 있다. 사실상 국방부의 위성인 셈이다. 그런데도 교과부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을 맡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교과부와 항우연이 위성 개발을 독점하는 구조가 낳은 비효율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신해양기상위성인 천리안은 기상청·국토해양부·방송통신위원회가 핵심 수요처지만 역시 항우연이 개발을 맡았다. 그러나 기술력이 부족했던 항우연은 유럽 EADS에 전체 개발비 절반을 주고 설계부터 조립까지 사실상 제작의 전 과정을 맡겼다. 항우연은 그저 다른 부처의 위성 구매를 대행한 셈이다. 2018년 계획된 천리안 2호 개발도 같은 과정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KAIST 박철 교수는 "현재의 항우연은 정부의 위성 개발 스케줄을 수행하는 행정가 집단에 가까워 독창적인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주하는 위성, 로켓 등 우주기기 제작의 85%는 항우연 등 연구소가 맡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항우연에 부품을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민간 주도의 위성산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국가우주청, 정부·민간 역할 나눠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조황희 부원장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고 장기적으로 우주산업을 키우려면 정부가 발주하는 위성제작 물량은 가급적 기업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형 위성은 국내 위성기업인 쎄트렉아이가 소화할 수 있고, 중대형 위성은 정부가 물량만 보장한다면 항우연이 기술이전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기업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교과부와 항우연은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고성능 소형위성이나 차세대 위성 원천기술개발, 위성영상 활용연구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위해서는 범부처 성격의 국가우주개발의 컨트롤 타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국가우주청'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인 NASA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NASA 주도로 개발된 수많은 우주기술이 민간에 이전돼 상용화됐다. 영국이 2010년 왕립학회의 제안에 따라 우리나라 항우연 격인 국립우주센터를 대체할 우주청을 세우고, 남미의 볼리비아 같은 국가들조차 연구기관과 분리된 우주청을 둔 것도 산업화를 위한 범국가적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우주청은 예산집행의 효율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12년 예산 조정 과정에서 부처들이 저마다 기상·통신위성 등의 신호를 받는 지상국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중복 투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성 산업화 정책 필요

위성은 부가가치가 엄청나다. 통신위성은 단위 무게당 가치가 승용차의 300배나 된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우주시장 규모는 2006년 이후 매년 9%씩 성장해 지난해 1773억달러(198조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우주기술은 세계 8위 수준이라지만, 산업화가 더딘 탓에 세계 시장 점유율은 싱가포르(1%)보다 낮은 0.7%에 불과하다.

쎄트렉아이 박성동 사장은 "위성을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우주개발은 원래 문부과학성 몫이었지만 최근엔 통상산업성이 나서 위성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소형 위성 2기를 판매한 베트남에 위성 사업 비용을 차관으로 제공했다.

☞통신위성

TV방송·통신 신호를 중계하는 위성. 3만6000㎞ 상공의 정지궤도에서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돌기 때문에 늘 한 지점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궁화위성이 대표적.

☞기상위성

기상관측이 주목적이며 통신위성처럼 정지궤도를 돈다. 천리안위성.

☞지구관측위성

광학카메라나 레이더로 지구의 바다와 육지를 관측하는 위성. 500~1000㎞ 상공 저궤도를 돈다. 아리랑위성.

☞과학위성

천체관측이나 지표 탐사 등 과학연구에 이용되는 저궤도 위성. 우리별위성·과학기술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