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바람 선선한 가을, 책 책 책… 부산에 독서 물결

폭염에 몸과 마음 모두 지쳐 헉헉대던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 따가운 햇살이 누그러졌고 부는 바람 역시 선선해졌다.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이 더 또렷해 보인다. 머리도, 생각도 맑아진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나보다. 이런 계절을 맞아 부산에 '책' '독서'의 물결이 출렁대고 있다.

책, 독서 하면 아무래도 도서관. 시민·해운대·구덕·사하·북구 등 부산의 24개 공공도서관은 '독서의 달 9월'을 맞아 이달 내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어린이와 가족들이 책, 독서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렇다고 막힌 공간에 앉아 있기만 하는 '정적(靜的) 행사'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밖으로 나가고 움직이는 '동적(動的) 행사'가 어느 해보다 많아졌다.

구포도서관은 '우리춤, 우리가락 아름다운 세상만들기 음악회'(22일 오후 3시)를 열고, 사하도서관은 영화 속에서 문학을 접하는 '영화 속에 빠진 소설'(23일) 행사를 갖는다. 금정도서관은 '금정산 숲체험'(21일 오전 10시)을, 동구도서관은 '우리동네 보물찾기, 역사문화탐방'(22일 오전 10시)을, 수영구도서관은 '함께 사는 다문화 체험하기'(26~27일)를 각각 진행한다. 야외, 동적 프로그램들이다. 가을에 하는 '문학소풍'인 셈이다.

또 인형극, 독서·도서관 골든벨, 보던 책을 서로 바꾸는 도서교환전 등은 여러 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들 도서관 측은 "요즘 도서관에 오면 책을 좋아하게 되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유익함만 건지는 게 아니라 어린이나 온 가족이 '하하호호'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재미들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큰 도서관만 있는 게 아니다.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도서관'도 여러 가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7월 말 새로 문을 연 해운대구 우2동 작은노인도서관, 사하구 신평1동 몽매누리·감천2동·장림1동 작은도서관, 연제구 거제2동·해뜰·밤골 작은도서관…. 우2동 작은노인도서관은 새마을문고 회원들이 어르신들에게 '책읽어드리기' 서비스를 해주고 있고 거제2동 작은도서관은 사서체험·동요배우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도 '책 읽기 확산'에 열심이다. 연제구 연산1동은 지난 8일 '엄마와 함께하는 행복독서골든벨' 행사를 했고, 중구 보수동은 지난 8월 23일 '독서릴레이 토크토크' 행사를 개최했다.

연제구는 지난 3일부터 11월 23일 까지 배산·거제·해뜰·밤골 등 지역 내 4개 작은도서관에서 초등학교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사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부산은행은 지난 18일까지 부산대 주변·어린이대공원·부경대·경성대 일대 등지에서 '독서의 계절을 맞아 함께 책을 읽읍시다 캠페인'을 펼쳤다.

'책 잔치' '책 축제'들이 이어진다.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은 22~23일 '부산어린이 책 잔치, 놀고 자빠진 책' 행사를 갖는다. 이 잔치에선 그림책 작가 오치근씨의 '개구리 한솥밥' '섬진강 그림여행' 등의 원화 전시회, 다양한 어린이 책을 살펴볼 수 있는 '책나라 책누리', 책 퍼즐·책 쌓기·책 도미노 등 책을 갖고 노는 '놀이마당', 인형극 '호랑이 뱃속 잔치', 백창우와 어린이 노래모임 굴렁쇠아이들의 공연인 '재미있는 노래상자' 등이 열린다.

부산 중구는 오는 10월 5~7일 국내 유일의 헌책방 밀집지역인 '보수동 책방골목'을 무대로 '책방골목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는 남산놀이마당의 타악퍼포먼스, 책을 싼값에 살 수 있는 500원 데이, 책과 관련한 스탬프 만들고 찍어보기, 책갈피 만들어 보기, 공예체험, 캐리커처 그리기, 애니메이션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책과 관련이 깊은 '인문학 강좌'들도 잇따른다.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5일~10월 17일 동구 범일동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세계 예술을 통한 치유의 인문학' 등의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 중이다.

해운대구는 진중권 교수, 정호승·신경림 시인 등을 초청한 '내 삶에 르네상스를-인문학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는 24일(오후 7시 해운대문화회관), 10월 8일(오후 6시 30분 재반무지개센터), 10월 31일(오후 4시 반송보건지소), 11월 13일(오후 2시 평생학습관) 등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해운대 반송동·영산대 등은 19일 명절 차례 예법을 시작으로 '반송 인문학 강좌'를 운영한다. 이 강좌는 논어와 지혜로운 삶, 청년 멘토의 인문학, 예술과 인문학, 흘러간 옛노래 속 인문학 등을 주제로 10월 24일까지 반송1동주민센터·영산대·반송복지관 등지에서 일곱 차례 이어진다. 또 부산시는 오는 11월 1~3일 벡스코에서 '세계 인문학 포럼'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