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난 '키다리 아저씨'

대구 수성구에는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 2000포를 전달한다. 이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 주었다. 이러기를 꼬박 10년째다.

수성구는 지난 19일 오후 키다리 아저씨가 쌀 10㎏ 들이 2000포(4000만원 상당)를 트럭에 싣고 수성구민운동장에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저소득주민, 경로당, 무료급식소, 저소득 이북 5도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현장에 나타난 키다리 아저씨는 "이번 추석에는 북한에서 피란 온 저소득 이북 5도민에게도 쌀을 전달해 추석명절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키다리 아저씨가 이 같은 쌀 기증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당시 쌀 20㎏ 들이 500포를 기증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는 떠났다. 이후 해마다 그의 선행은 이어지고 있다.

수성구에서는 그의 선행을 알리려고 이름과 주소를 물었지만 한사코 신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후 수성구 담당 직원들은 그에게 명작동화에 등장하는 '키다리 아저씨'를 회상하며 이 별명을 붙여주었다.

수성구 직원들에 따르면 평안남도가 고향으로 만 91세인 키다리 아저씨는 6·25 전쟁으로 부산에 잠시 머물다 대구로 와 삶의 터전을 마련했으며, 제2의 고향이 돼 버린 대구에서 양복지 도매상을 하며 어렵게 살았다고 한다. 10여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베풀며 여생을 보내겠다'면서 매년 쌀을 수성구청으로 보내 준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구순(九旬)을 넘겨 건강이 걱정된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