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정장은 이제 그만… 소재만 변화 줘도 매력남 되죠"

"깃의 폭은 어느 정도로 할지, 단추는 싱글과 더블 중 어느 쪽이 나은지…. 한국에서 만난 고객들은 치수를 재는 동안 어떤 스타일이 유행인지 제게 구체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묻더군요. 편안함을 중시하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비교해도 한국 고객들이 트렌드에 더 민감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치로 쿠오모(Cuomo·50)씨는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키톤'의 '마스터 테일러(양복 장인)'이다. 키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외 명사들이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최고급 브랜드다. 키톤의 재단사 수백명 중에서 10명뿐인 마스터 테일러는 양복 한 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장인을 뜻한다. 쿠오모씨는 그중에서도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최상위 제품 'K-50'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재단사"라고 한다. 한국 고객들의 옷을 맞춤 제작하기 위해 처음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만났다.

한국 고객들의 깐깐함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쿠오모씨는 한국 남성들의 스타일 전반에 대해선 "무난하다. 개성 있는 차림은 잘 시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보수적"이라고 했다. "양복 입은 남자들을 보면 색깔은 검은색, 청색, 회색이 전부고 무늬도 가끔 줄무늬 정도였어요. 양복을 직장에서 근무복으로 입으려니 아무래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주말 같은 때는 좀 더 개성 있는 옷을 입어보면 어떨까요?" 그는 기자의 양복 차림에 대해서도 "지금은 약간 펑퍼짐하다"며 "다음엔 좀 더 몸에 맞는 옷으로 마른 체형을 살려 보라"고 조언했다. 또 "검은 옷은 이제 그만 입으라고 권하고 싶다. 감색이나 회색처럼 차분한 색이라도 톤이 밝아지면 훨씬 경쾌해 보인다"고도 했다.

양복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양복을 입으면서도 얼마든지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이 "소재로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양복 옷감이라면 보통 울(모직)만 생각하죠. 하지만 면 소재나 리넨(마직) 혼방 소재로 만든 양복도 입어 보세요. 캐주얼하면서도 한결 세련된 느낌이 납니다." 그는 "플랩 포켓(뚜껑 달린 주머니) 대신 겉감 위에 천을 덧대 주머니를 만드는 '아웃 포켓'을 달거나 바지통을 약간 줄이는 작은 변화로도 훨씬 젊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을 돌며 고객들의 신체 치수를 재고, 이를 바탕으로 옷을 짓는 게 그의 일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맞춤 양복을 입을 수는 없는 일. 좋은 기성복을 고르는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어깨의 모양이 전체적인 느낌을 많이 좌우한다. 어깨가 너무 각지거나 두꺼운 패드가 들어간 양복은 자칫 유니폼처럼 보일 수 있으니 잘 봐야 한다"고 했다. "좋은 양복은 입었을 때 팔구멍 부분과 단추가 잠기는 부분이 편해야 한다"며 "요즘 유행처럼 길이가 짧고 몸에 꼭 끼는 재킷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