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678개 도시 순례… 성경 속 장면들이 눈앞에

야곱의 아들 요셉이 형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이집트)으로 팔려가기 전 던져졌던 우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첫 기적을 행한 가나 마을의 지금 모습은? 사도 바울이 예수를 만나 회심한 다메섹(다마스쿠스)에 세워진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신앙심 깊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성경 속에 등장하는 장소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러나 돈과 시간 여유가 여간 많지 않고서야, 그 모든 곳을 돌아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 최근 '바이블시티 700'(바이블시티)을 펴낸 이원희(56·사진) 목사는 그 일을 해냈다. 이 목사는 18년간 65차례 떠났던 성지 순례를 통해 성경에 등장하는 678개 도시와 산·강·골짜기·연못·광야 63곳 등을 방문했고, 이를 직접 찍은 2760여장의 사진과 그래픽 자료를 통해 마치 직접 눈앞에서 보는 듯 펼쳐 놓았다. 실제 성지 순례의 사전 답사 자료나 현장 가이드로도 유용하다. 이 목사는 "성지 순례와 관련된 여러 책을 펴내고 강연 활동을 하면서, 돈이 모이면 다시 성지로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이라크 남부에 있는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를 찾아간 때는 섭씨 55도라는 살인적 무더위의 여름이었고, 바울이 풍랑을 만나 도착했던 그리스 최남단의 가우다 섬 바닷가에서는 모기와 씨름하며 밤을 지새웠다. 2000년엔 전기밥솥을 가지고 이스라엘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려다 지뢰로 오해받은 적도 있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전쟁이 있었던 2006년엔 아랍인 마을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 스파이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 목사는 "1976년 신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성경 속 도시들의 모습과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은 꿈이 있었고, 1993년 첫 이스라엘·요르단 성지 순례를 다녀온 뒤 그 꿈은 일종의 사명 의식으로 변했다"며 "현장 목회를 포기해야 했던 것은 아쉽지만 책과 순례를 통해 또 다른 목회 인생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판사 측은 "현재 영어판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이며, 주제별 색인, 전자책 발행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