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수출기지 한국서 탄소섬유 반값 도전"

"앞으로 반값 탄소섬유를 만들겠습니다. 성능 좋은 탄소섬유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소재(素材)산업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도레이첨단소재 이영관 대표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탄소섬유를 얼마나 가격 경쟁력 있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경북 구미공장에 연산 22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1호기에 이어 이달 중으로 연산 2500t 규모의 2호기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무게는 강철의 20%이지만, 강도는 강철보다 10배 이상 높은 차세대 첨단 소재다. 우주선·항공기·자동차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 사용되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경량화(輕量化)의 핵심소재다.

문제는 비싼 가격. 탄소섬유는 종류에 따라 ㎏당 20~100달러로 일반 섬유보다 10~50배, 산업용 섬유보다는 5~10배 정도 비싸다.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는 탄소섬유는 비행기를 만드는 프랑스나 미국에 팔아야 하는데, 한국은 EU(유럽연합)는 물론 미국과도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어서 20%가량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연 4만5000t 규모. 오는 2020년에는 13만t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20년까지 탄소섬유 투자에만 1조3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현재 보잉787 여객기의 경우 날개는 물론 동체까지도 탄소섬유 복합재를 쓰고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는 아직 활용도가 낮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탄소섬유 가격을 지금의 절반 정도로만 낮출 수 있다면 부품을 모두 탄소섬유 복합재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현대기아차만 해도 한 해에 700만대를 생산합니다. 차량 1대에 10㎏만 쓴다고 하면 탄소섬유가 7만t이 필요한 거죠."

이 대표는 "새로운 수요 창출에 맞춰 대량 생산체제까지 갖춰진다면 생산단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추후 구미공장에 증설할 3호기부터는 원료부터 제품생산까지 한 라인에서 이뤄지는 일관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지금은 원료를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지만, 일관 공정이 이뤄질 경우 원가를 최대 절반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도레이(TORAY)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계 회사다. 삼성그룹 제일합섬에서 시작해 1995년 새한그룹으로 계열분리됐다가 1999년 도레이가 인수했다.

탄소섬유 시장에는 태광산업과 효성도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도레이는 1971년 탄소섬유를 처음 생산한 이래 전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가공하는 데는 수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도문제 등으로 경색된 한일관계가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일본 본사는 초기 자본금의 이자 정도 되는 5%만 배당받습니다.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다시 투자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씁니다. 우리는 한국에 세금 내고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하는 한국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1973년 제일합섬에 입사한 그는 올해로 13년째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내가 봉급쟁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며 "무슨 일을 하든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면 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고 성과가 좋은 것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탄소섬유(carbon fiber)

원재료의 90% 이상이 탄소로 구성된 섬유.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온도를 1300도 정도까지 높여 열을 가하면 탄소 성분만 남는 섬유가 만들어진다. 나무를 태우면 탄소덩어리인 숯이 남는 것처럼 탄소섬유는 열에 강하고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