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가 점령한 서울 강변북로… 가을을 달리다

23일 오전 서울 도심과 한강변 강변북로는 선선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자전거족(族) 차지였다. 조선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2012 생활자전거대행진'에 참가한 시민 50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해 월드컵공원까지 17㎞ 구간을 함께 자전거로 행진했다. 구간별 교통 통제로 항상 교통 혼잡이 극심했던 도심 도로가 거침없이 뚫리자 5000여대의 자전거도 점차 속도를 올리며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이용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10대부터 80대까지 전국 자전거 애호가가 대거 집결했다. 서울 왕십리에서 아들 민성(13)군과 함께 참석한 배동일(50)씨는 "아들과 자전거를 타니 부자(父子)간 정도 쌓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고, 친구 두 명과 참석한 김미경(30)씨도 "경쟁이 아니라 축제 분위기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출발에 앞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따라 추며 몸을 풀기도 했다.

공동 주최 측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협찬사인 우리은행의 이순우 행장 등도 참가해 시민과 일부 구간에서 자전거를 함께 타며 호흡을 맞췄다. 서울시 자전거 시민 패트롤 단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5시부터 대열 정리를 돕는 등 행사의 숨은 공로자였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편안한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 차림 시민이 대다수였지만 자전거 전용 유니폼에 고가 장비로 무장한 참가자도 있었다. 3.5m 높이 고층 자전거에서부터 미니벨로(접이식 소형 자전거)나 리컴번트(누워서 타는 자전거) 등 각종 자전거도 총출동했다.

자전거 행렬이 왼편에 한강을 접하고 달리는 강변북로 구간에 진입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끝내준다" "와~"하는 감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강변북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히는 서강대교~양화대교 사이에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한 시간여 만에 월드컵공원에 도착한 박재정(43)씨는 "강변북로를 내달리다 보니 1주일 피로가 강바람에 다 날려가더라"고 했고, 오성혁(33)씨는 "평소에 자전거를 타기 어려웠던 강변북로 구간에서 시원하게 내달려보니 더없이 상쾌했다"고 했다.

중학교 때 자전거로 통학해 자전거 타기 기본 실력이 있다고 한 박원순 시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생활 속 자전거 타기에 동참할 것 같다"며 "앞으로 한강시민공원에 자전거 공방이나 자전거박물관 등도 만들어 자전거 타기 문화가 더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찬 : 우리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