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70세 첫 콘서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TV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라디오와 카페에서 항상 들려오는 이 노래. 고은의 시에 김민기가 멜로디를 붙인 '가을편지'다. 떨리는 듯 가녀린 음색의 클래식 창법으로 1970년 이 노래를 처음 부른 이는 최양숙(70세). 7~8년 전 TV에 출연한 이후 대중 앞에 서지 않았던 그가 생애 첫 단독 콘서트 겸 후배들이 마련해 준 헌정 공연을 통해 팬들에게 '가을편지'를 다시 부친다.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소장 최백호) 주최로 11월 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최양숙을 아시나요' 공연이다.

최양숙은 이번 무대에서 '세노야' '호반에서 만난 사람' 등 히트곡과 '사랑의 찬가' 등 샹송들을 부른다. 가수 송창식·최백호,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기타리스트 함춘호·박주원,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등이 게스트로 나선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최양숙은 "그래도 내가 시시한 가수는 아니지 않았느냐. 내 모두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들뜨고 설렌 표정이었다.

최양숙은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샹송을 부르다 고(故) 박춘석 작곡가에게 발탁돼 1963년 데뷔했다. 애절한 탱고 리듬의 '황혼의 엘레지'가 1966년 크게 히트하며 초대 MBC 10대 가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로선 드물게 '서울대(성악과) 출신 가수'라는 이력도 큰 화제가 되곤 했다.

그러나 최양숙은 "서울대 음대에서 클래식 성악을 전공한 것은 내 뜻대로 음악 인생을 펼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었다"고 했다. "대중적으로는 사랑받았지만 클래식계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어요. 나 자신도 대중 가수로 사랑받았지만 성악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죠. 솔직히 말해 당시 가요를 부른다는 것을 자랑으로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 뭔가 부끄럽고…지금 뒤돌아보면 참 어리석은 일이죠?(웃음)"

대표곡 '가을편지'는 '꽃피우는 아이' 등과 함께 김민기의 노래로 채운 1970년 음반에 들어 있다. '가을편지' 등이 크게 사랑받았지만 '절정'은 순간이었다. 당국이 타이틀곡 '꽃피우는 아이'의 가사 등을 문제 삼아 앨범을 통째로 판매 금지하면서 활동은 급속히 위축됐다.

그에게 '가을편지'에 대해 물어봤다. "김민기씨의 기타 연주가 잔잔하면서도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 분위기에 취해 한 번에 녹음을 마쳤죠. 음반은 판매 금지됐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오랫동안 즐겨 불렸어요. 그래도 세월이 흐르고 잊히나 싶었는데 80년대 중반 이동원씨가 리메이크해서 '원조 가을편지'까지 함께 인기를 끈 거야(웃음)." 최양숙은 "내 창법이 워낙 클래식 성악에 바탕을 두다 보니 '가곡'으로 착각하는 분이 많았다. 어떤 때는 '가을에 듣기 좋은 가곡'에 꼽히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80~90년대 TV 성인가요 프로와 카페 무대에 서다 2000년대 이후엔 5년여 입원 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며 은둔 생활을 했다. 지금 건강은 부쩍 회복했다고 한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대중에 다시 노래를 들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후배 최백호의 설득에 공연을 열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최백호는 "최 선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아하면서도 슬픈 매력의 목소리로 한국 가요의 수준을 높였다. 당연히 기려야 할 분"이라고 했다.

뒤늦은 콘서트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최양숙은 해맑게 웃었다. "요즘엔 성당에서도 노래방에서도 노래하다 스스로 놀라요. 옴마야, 내가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네!(웃음) 젊었을 때 더 열심히 노래하지 못한 게 평생 아쉬웠고 팬들께도 죄송했어요. 아쉬움 한 점 없는 무대로 만들어야죠." 공연 문의(02)786-7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