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시골 분교, 15년만에 본교 됐다

"저는 두창초등학교 전교 회장을 맡고 있는 강동균입니다. 드디어 저희 학교가 두창분교에서 두창초등학교로 멋지게 변신하였습니다. 여러 선생님도 새로 오셨고, 학생회 예산도 많아져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리. 25일 오전 10시 두창초등학교 개교식이 열렸다. 원삼초등학교 두창분교였던 이 학교는 15년 만에 본교 승격을 받아 '두창초등학교'가 됐다. 시골 학교가 분교에서 본교가 된 것은 경기도에선 처음이고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원래 이 학교는 1971년 '두창초등학교'로 개교했다. 하지만 두창리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여느 시골 초등학교의 운명처럼 학생 수가 급감했다. 1997년에는 30명 이하로 내려가 분교가 됐고 2009년에는 20명까지 감소했다. 본교에서 분교로, 분교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학교가 다시 100명이 넘는 번듯한 학교가 된 것은 2006년 부임한 방기정(54) 전(前) 분교장(현 교무부장)의 '자연 친화적인 교육'과 이를 지지해온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 때문이었다. 방 전 분교장은 두창분교가 본교로 되면서 현재 교무부장이 됐고, 신임 교장으로는 송주섭(57) 둔전제일초등학교 교장이 임명됐다.

31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방 부장은 모두가 기피하던 이 학교에 지원했다. 방 부장은 "도심 학교에만 있다 보니 모두가 성적에 쩔쩔매는 모습과 행정적인 사무 등이 너무 싫었다"며 "시골 학교에서 자연 친화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 부장은 먼저 '40분 공부 후 10분 휴식'이라는 수업 시간을 바꿔 '블록 수업'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80분 수업하고 30분 휴식'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학생들도 80분 동안 수업을 계속하니 집중력을 키울 수 있었다.

시골 학교라는 장점을 살려 '학교 밖 수업'도 늘렸다.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 학교 주변을 산책한다. 걷기 운동도 하고 대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동네 텃밭을 활용해 체험 활동 수도 늘렸고, 전교생 논두렁 달리기, 외발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체육 활동을 늘렸다. 방 부장은 "초등학교 때에는 몸을 움직여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평생을 볼 때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아이들 교육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는 신념으로 학부모와 동네 주민의 참여 프로그램도 늘렸다. 학부모들은 자원봉사, 돌봄 교사로 수업에 참여한다. 두창초 부모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아이들의 교육을 토론한다. '두창단오제'는 지역 주민들도 함께 어울리는 학교 행사다.

이런 방 부장의 '실험'은 취임 후 3년이 되는 시점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20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가 2011년 100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80% 이상이 타지에서 온 학생이다. 서울 강남구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우수 학군 지역부터 충청도 지역 학생들까지 몰렸다. 학부모 오선희(41)씨는 "두창분교가 두창초교가 된 것은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며 "학교 엄마들이 내 아이, 남의 아이 안 가리고 키운다는 생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두창초의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마을 역시 살아났다. 동네 주민은 "벌써 20가구 이상이 새로 집을 지어 이사 와 우리는 이 마을을 '학부모 마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