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날개 달고… 전통시장, 대형마트와'한판'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택가 골목길에 있는 중곡제일시장은 부활한 전통시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상인들이 2003년 조합을 결성해 8년 동안 힘을 합한 끝에 하루 평균 고객을 7000여명 수준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3억원을 자체 투자해 비를 막는 현대식 지붕, 주차시설 등을 설치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더해 할인 상품권을 발행하며 고객을 모았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을 대표하는 박태신(58) 조합 이사장은 26일 "최근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와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진율이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다는 것. 여기에 임대료까지 2003년 대비 60~70%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기까지 최근 위축되면서 고객 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는 "경영 기법, 인프라를 못 갖추면 한계를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대형 마트와의 경쟁으로 위기에 빠진 전통시장이 통신업계와 손을 잡고 실험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26일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에서 상인조합과 '중곡제일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이번 협약에서 SK텔레콤은 기존 전통시장 지원 활동과는 달리 중곡제일시장 상인들이 상점 경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집중 지원한다. 매장 관리 기기 및 소프트웨어(POS·Point of Sales)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 재무, 고객 서비스 관련 직원들을 파견해 경영 기법을 전수한다. 스마트폰·POS 관련 교육도 지원한다. 중곡제일시장의 자체 브랜드 제품 '아리청정'은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판매해 마케팅을 지원한다. 문자메시지 요금 감면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중곡제일시장 개선 활동이 궤도에 오르면 향후 지원하는 전통시장을 2~3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곡제일시장이 SK텔레콤의 손을 잡은 것은 전통시장 '소프트웨어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예를 들어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포인트를 주듯 우리는 1~2% 할인 쿠폰을 발행하는데, 어떤 할인율과 발행량에서 최대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지 배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비롯한 간접비가 치솟는 현실에서 이런 계산 능력은 생존을 좌우한다는 것.

게다가 상인들은 고객 명단을 컴퓨터로 정리할 줄 몰라 직접 손으로 썼다.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는 일일이 하나씩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한 번 보낼 때마다 6만~7만원 비용이 들고, 입력시간도 오래 걸렸다. 고객 관리와 트렌드 파악이 늦을 수밖에 없다. 박 이사장은 "이른바 '뜨는' 품목이 있어도 상인들의 업종 변경 속도가 늦었다"며 "결국 살 물건이 없으니 많은 고객이 대형 마트로 향했다"고 말했다.

KT역시 지난해 11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협약을 맺고 IT 인프라 지원과 IT 교육을 추진 중이다. 단순히 상품권 구매 등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상점 들의 개별 경쟁력을 높여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5월 남대문시장과 손을 잡고 휴대폰을 활용한 전자화폐(NFC)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금 전통시장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기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데 통신 기업의 노하우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