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사둔 네이버 주식…통장 보고는 입이 떡!

코스닥 시장은 장래 유망한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1993년 개설된 시장이다.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은 이익을 못 내더라도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투자한다.

그렇다면 수익률은 어떨까. 조선비즈가 2000년 이후 매년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한 뒤 현재까지 보유 중이라고 가정하고 수익률을 계산해보니 이익이 나는 종목은 전체의 26.7%에 불과했다(10월 초 주가 기준). 수익이 나는 종목도 예상과 달리 자산이 많은 기업이었다. IT(인터넷)와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등 인기 테마에서 '대박주'가 나오긴 했지만 그 수는 극히 적었다. IT 부품주의 경우 반짝 상승한 뒤 다시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 기업, 장기 투자 안 어울려

2000년 10월 2일,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평화은행우선주, KTF, LG텔레콤, 국민카드, 한통엠닷컴, 하나로텔레콤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보유했을 경우 수익을 안겨주는 종목은 하나도 없다. 단순 계산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있지만, 합병 등을 감안하면 모두 '적자'다.

심지어 99%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하거나 상장폐지된 기업도 수두룩하다. 2000년 10위였던 새롬기술(현 솔본)은 상장폐지되진 않았지만 수익률은 -87% 정도다. 쌍용정보통신, 현대정보기술, 핸디소프트, 이네트(현 대국)의 손실률은 94~99%에 달한다. 핸디소프트와 이네트는 상장폐지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IT 버블 탓으로 책임을 돌릴 수 있지만, 2001년 이후로도 투자했다면 큰 손해를 봤을 종목이 속출한다. 2002년 유아이엘, 대양이엔씨(현 지오엠씨), 2003년 웹젠, 2004년 아이리버, 2005년 조아제약, 2006년 플래닛82 등이 그들이다. 특히 플래닛82는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초청해 나노 이미지센서 기술을 선보인 뒤 두 달 만에 28배 치솟았지만, 설명회가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나며 퇴출된 사례다. 2007년 이후로도 태웅, 성광벤드, 평산(상장폐지) 등 풍력주, OCI머티리얼즈 등 태양광주의 손실이 컸다. 쌍용건설, 한국토지신탁 등도 금융 위기 직전 매수했다면 큰 손해를 봐야 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주는 종목은 대부분 자산이 많은 기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꺼진 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은행과 SBS, 아시아나항공, GS홈쇼핑, CJ홈쇼핑 등이 그들이다. 이 기업들의 수익률은 50~300% 정도였다.

◇인기 테마 사그라진 뒤에야 대박주 탄생

눈에 띄는 점은 한때 코스닥 시장을 풍미했던 테마주가 모조리 사라진 뒤, 실제로 그 테마에서 돈을 버는 기업이 나타났고 이들의 수익률이 우수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엔 인터넷주의 기세가 등등했지만 죄다 폭락하며 '인터넷은 거품이었다'는 회의론이 일기 시작한다. 이후 2004년쯤 NHN, 옥션이 나란히 상위권에 등장했다. NHN은 2002년 주당 2만2000원에 상장했고, 이후 2번에 걸쳐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수익률은 7522%다. 배당을 포함하면 수익률은 더 커진다. 옥션도 주인이 바뀐 뒤 상장폐지됐지만 마지막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공모가의 3배에 이르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테마도 마찬가지다. 2005년 전후 황우석 박사 영향으로 급등했던 바이오주는 줄줄이 무너졌고, 2008년 우회상장한 셀트리온이 단숨에 대표주로 부상했다. 우회상장 이전 1520원이었던 셀트리온은 지난 6월 3만4750원(수정주가 기준)까지 급등했다. 엔터주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무수히 많은 기업이 등장했지만 거의 다 무너졌고, 2008년 이후 에스엠, 최근 YG엔터테인먼트가 등장하면서 어느덧 코스닥의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IT 부품주의 경우 유독 들쭉날쭉한 것이 특징이었다. 최근 갤럭시 시리즈 열풍 속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터플렉스는 2004년에도 시가총액 상위 14위에 오른 전력이 있다. 2004년 3만원대였던 주가가 금융 위기 때 1160원까지 추락했고, 최근에 다시 7만원대까지 부활한 것. 인터플렉스 외에도 주성엔지니어링과 우리이티아이, DMS, KH바텍, 에스에프에이 등이 삼성전자 등 주력 매출처의 성장 및 관계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였다.

이진수 SK증권 도곡PIB센터 부장은 "IT 부품주는 업황이 좋아지는 시점을 잘 파악한 뒤 매수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장기 투자의 매력이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