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입으로, 펜으로… 스마트폰 소통 전쟁

'손이냐, 입이냐, 펜이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들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이 기기들의 편리한 이용 방법(명령 입력 방법)을 놓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삼성전자·구글 등 글로벌 메이커들은 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내놓을 때, 이전까지는 대중화되지 않았던 손·입(음성)·펜 등 새로운 입력 방법들을 내놓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기기에 어울리는 '가장 스마트(smart)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공해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에는 부품 기술이 발달하면서 각 업체가 내놓는 스마트 기기 간의 물리적 성능 자체는 비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타사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애플 발 커뮤니케이션 수단 혁신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혁신적으로 진화한 것은 2007년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휴대폰 이용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그때까지는 휴대폰 화면 아래쪽에 달려 있는 별도의 글자·숫자 버튼을 힘을 줘서 누르는 것이 일반적 입력 방법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화면 자체를, 그것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건드리기만 해도 휴대폰이 작동되도록 아이폰을 만들었다. 이전까지 다른 전자제품에 이런 터치스크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애플은 핑거투줌(화면에 엄지와 검지를 댄 채 엄지와 검지 사이를 벌리면 화면이 확대되는 기능)처럼 인간의 직관(直觀)과 자연스럽게 호응하는 손가락 입력 기능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화면이 손가락에 반응하는 방식도 사람 몸 안에 있는 미세량의 자기(磁氣)적 성질을 활용하는 정전식 방식이어서, 손가락의 터치에 기계가 훨씬 부드럽게 반응했다. 버튼을 힘줘서 누르지 않아도 되자, 이용자들은 아이폰에 열광했다.

◇음성인식, 디지털 펜 등 다각도로 진화하는 소통 수단

애플의 이런 시도는 애플의 아이폰이 단숨에 스마트폰 시장 정상으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애플은 2011년 '아이폰4S'를 출시하면서 다시 한 번 중요한 시도를 했다. '아이폰4S' 에 사람이 말로 명령을 내리면 그에 맞는 기능을 수행하는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를 넣은 것. 사람이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말로 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시도였다. 하지만 시리는 기대와 달리 오류가 많다는 초기 비판을 받았고, 결국 애플의 2007년 손가락 터치 시도만큼 높은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음성인식은 경쟁업체들에도 중요한 기능이었다. 소비자 이용 편리성 외에 '이용자와 교감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올여름 출시한 '갤럭시S3'에는 사전에 입력된 수십만 개의 문장 안에서 수십 개국의 언어를 알아듣고 자료 검색 등 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주는 기능이 탑재됐다. 글로벌 인터넷기업 구글도 최근 '넥서스7'이란 제품으로 태블릿PC 시장에 진출하면서 음성인식 기능을 주요 기능으로 넣었다. LG전자 '옵티머스G'나 팬택 '베가R3' 같은 각 사의 주력 최신 스마트폰에도 사람 말을 알아듣고 명령을 수행하는 기능들이 빠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성인식은 앞으로도 모든 문장을 100% 완벽하게 명령대로 수행하는 순간까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디지털 펜'을 입력 수단으로 활용하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펜이란 볼펜 비슷하게 생긴 15㎝ 길이의 가느다란 막대기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에 디지털 펜을 함께 넣어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최근 '갤럭시노트2'(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1'(태블릿PC) 등에도 잇따라 디지털 펜 기능과 디지털 펜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예전처럼 손가락으로 화면을 건드려 작동시킬 수도 있고, 이런 디지털 펜으로 화면을 건드려 작동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펜이 있으면 글자를 화면에 직접 써 입력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훨씬 편리하다.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펜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도구"라며 "디지털 펜이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관측을 자신 있게 내놓았다.

삼성은 단순히 펜을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펜을 활용한 기능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노트2'에 넣은 '에어 뷰'라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은 펜 끝을 화면에 완전히 대지 않고 화면 가까이에만 갖다 대더라도 해당 화면 내용이 미리 보이는 기능이다. 가령 도착한 이메일 목록을 살펴보다 특정 이메일 제목 근처에 펜을 갖다 대기만 하더라도 조그만 팝업창이 떠올라 이메일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식이다. 수많은 메일을 일일이 열어보지 않아도 자신에게 필요한 메일인지 아닌지 간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능으로, 이전의 손가락 입력 방식에선 쉽게 구현되지 못했던 것들이다. 삼성은 갤럭시노트가 지난해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1000만대 이상 팔리고, 갤럭시노트2도 최근 미국 이통사들이 앞다투어 찾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런 디지털 펜 방식의 스마트 기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펜은 꺼내려면 불편하다는 점과 2000년대 초반 PDA(개인 휴대 단말기) 등 디지털 펜을 사용했던 기기들이 실패했던 적도 있기 때문에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5를 내놓으면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획기적 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도 차기 모델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에서 새로운 진화를 시도하면서 경쟁을 가열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AP(응용프로세서), 디스플레이(화면) 등 좋은 부품은 누구나 시장에서 살 수 있다"며 "결국은 스마트 기기의 승부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경쟁이나 콘텐츠 경쟁에서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