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장애인들 전문직 되게 돕겠다"

"제2, 제3의 강영우 박사가 나올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한국계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위원(차관보급)을 역임한 고(故) 강영우 박사의 미망인 석은옥(70) 여사가 방한했다. 석 여사는 5일 제6회 세계 한인의 날을 맞아 정부가 강 박사에게 추서하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한다.

석 여사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어려운 가운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인 독지가의 장학금 덕분이었다"며 "남편이 받은 것의 열 배, 백 배로 도움을 주는 것이 고인의 뜻을 알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석 여사는 51년간 알고 지냈고, 그중 40년을 부부로 함께 했던 강 박사가 지난 2월 암 투병 끝에 별세한 뒤 '강영우 장학재단'을 설립, 한국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미국 유학의 기회를 주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 강영우 장학재단은 석은옥 여사가 이사장을 맡고 남편의 연세대학교 동문인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을 비롯, 조규환 은평천사원 원장, 양성전 잠실교회 목사, 김태련 아이코리아 회장 등 4명이 이사를 맡고 있다.

"아직 재단 설립 초기지만 제 고교 후배인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이 3000만원을 쾌척하는 등 현재까지 5만달러 정도의 기금을 모았어요. 강 박사의 삶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었던 많은 분이 소액 기부자로 동참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석 여사는 강영우 장학재단을 통해 시각장애인도 전문직이 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90% 정도는 안마사나 침술사가 된다"며 "재단이 활성화되면 시각장애인이 IT 업종 등 전문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센터를 건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영우 장학재단은 이미 제1호 장학생도 선발해놓았다. 석 여사는 "시각장애인인 광주 세광학교 선생님 한 분을 선정, 내년 9월부터 1년간 미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전문직 교육 시스템을 배우도록 할 계획"이라며 "재단이 본궤도에 오르면 더 많은 장애인이 미국 대학 석·박사 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 여사는 기금 모금을 위해 오는 6일 오후 5시 서울 상도동 상도교회에서 '강영우 박사 추모 음악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