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Analysis] '요지경' 中증시, 진짜 바닥은 언제 드러낼까

중국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을 통틀어 가장 기이(奇異)한 곳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株價)지수도 오른다는 통설이 전혀 들어맞지 않고 있는 탓이다. 물론 모든 나라의 경제 성장률과 주가 추이가 무조건 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주식시장은 일반적인 분석 틀로 도저히 설명도 예측도 불가능한 '요지경'에 가깝다.

사정은 이렇다. 중국의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 기준)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만 10년 동안 1조4530억달러에서 7조2980억달러로 약 50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하이 증시 종합 지수는 1640대에서 2170대로 27% 상승에 그쳤다. 중국의 고도성장 질주가 한창 각광받던 2007년 한때 6000대까지 폭등한 적이 있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쇼크로 폭락한 후 그 당시 영화(榮華)는 영영 돌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제3차 양적 완화(QE) 조치로 글로벌 증시는 반등하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가 바닥이겠지'라는 기대감이 고개 들기 무섭게 어김없이 다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상하이 지수는 올 들어 8%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8~9월 유럽발 재정 위기와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을 때(2500대)보다 훨씬 더 낮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내렸을 당시(1700대)에 근접해 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인을 포함한 많은 중국 증시 투자자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손절매(損切賣·loss cut) 시점을 꼽고 있다.

중국 증시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을까? 그리고 언제 어떻게 진짜 바닥을 드러내 반등할 것인가? Weekly BIZ가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mystery) 금융시장인 중국 증시를 분석했다.

2009년 8월부터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미국 S&P500지수는 45% 정도 상승했다. 반면 상하이 종합지수는 4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7%, 독일과 영국은 각각 34%, 23% 정도 올랐다. 2년 전 20배를 넘나들던 상하이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S&P 500(14배)에 못 미쳐 '헐값'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증시는 왜 고립돼 홀로 추락하는 걸까? 여러 이유가 꼽히지만, '불신(不信)', 즉 신뢰의 결핍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중국 경기에 대한 불신'과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중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맞물려 호전되기 힘들고,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도 안 보여 찬물을 더 끼얹고 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방점을 찍는다면,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그간 중국 증시는 경제 성장률이나 시장 원리보다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따라 춤춰온 게 역력하다.

①중국 증시는 정부 마음대로?

먼저 중국 자본시장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다. 단적으로 외국인 투자 한도를 극도로 제한한다. 핫머니(hot money·단기성 투기자금)가 유입돼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중국 본토 주식(A주)에 투자하려면 '큐피'(QFII)라는 투자 자격을 얻어야 하는데, 총한도가 중국 전체 A주 시가총액(2조8000억달러)의 3% 수준인 800억달러에 불과하다. 증시 투자자의 절반은 중국 개인투자자들이고, 나머지는 중국투자공사(CIC) 같은 기관투자가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는 미국발 유동성(현금 흐름)이 아무리 늘어도 그 혜택을 입지 못하는 '무풍(無風) 지대'이다.

오히려 중국 증시는 '국유기업들의 현금인출기'로 불린다. 정부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마다 억지로 증시를 부양한 전력(前歷)이 있는 데다, 증시 시가총액의 74%를 국유기업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국유기업 지분의 70%는 중국 공산당이 갖고 있다. 주가 움직임에 민감한 민간 주주들과 달리 주가가 하락해도 별 타격을 받지 않는 중국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주가를 올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2006~07년 2년간 상하이 지수가 그전의 6배인 6000대로 폭등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주가 급등은 중국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지만, 더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주식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국유기업들이 가진 비(非)유통주를 유통주로 강제 전환했는데,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이 유통주에 '보호예수 기간'이라는 것을 설정해 일정 기간 유통을 막았다. 대신 기존에 유통주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전해주겠다며 '프리미엄'으로 공짜 주식이나 현금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발발과 더불어 비유통주 보호예수 기간이 풀리면서 팽창한 주식 공급량은 주가의 급락을 초래했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는 이때 반 토막이 났으나, 중국 증시는 4분의 1토막이 났다.

주목되는 것은 주가 급등기인 2006~07년 사이에 국유기업들이 1조4000억위안의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조달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 이전 5년간의 자금 조달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정부의 비호 아래 국유 기업들이 엄청난 돈벌이를 했다는 증거이다.

정부의 두 번째 증시 부양은 2009년에 일어났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금융 위기 타개를 위해 4조위안의 정부 지출과 10조위안의 은행 대출을 추진했다. 통화량 증가율은 30%까지 늘렸다. 그 결과 주가지수는 2009년 8월 3460까지 올랐다. 동시에 정부는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국유기업과 은행들에 대규모 증자를 명령했다. 증자 물량이 과도하게 늘면서 지수 상승은 곧 한계에 도달했다. 지난해 긴축 기조로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자 증시는 다시 고꾸라졌다. 상처투성이가 된 투자자들은 증시 '불신'을 새삼 확인했다.

②경기마저 찬바람… 강한 부양 의지 실종

물론 중국 경기가 활황이고 중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부양책을 쓴다면 증시는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어디서든 버블(bubble)에 올라타 고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은 더 이상의 부양책도, 더 이상의 활황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제조업 경기는 악화 일로다. 선진국 경기 불황에 따른 수출 감소로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11개월 연속 50을 밑돌고 있다. 증시 시가총액의 74%를 차지하는 국유기업 실적도 3분기째 악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하향 조정한 경제성장률 목표치(7.5%) 달성도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고 있다. 정권 교체기 탓도 있으나 이미 시중에 유동성을 과도하게 풀어놓은 터(올 6월 말 대출잔액 60조위안·GDP대비 130%)라 더 이상의 통화정책을 쓰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부채(11조위안·GDP의 17%)도 골머리다. 중국 정부는 과잉 유동성이 만들어낸 부동산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2010년 10월부터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강력한 긴축 정책을 써왔다. 그러다 올 6월부터 두 차례 금리를 내리는 등 긴축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공격적인 부양책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주식 거래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주가 하락을 방어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는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 기대를 상실한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로 몰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자금 조달 창구로 주식보다는 회사채 발행을 더 이용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회사채 발행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0% 늘어난 3860억위안이다. 반대로 주식 상장(IPO)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③중국 경제 체질 개선 착수하면 증시엔 더 '악재'

더 큰 문제는 중국이 경기 침체 타개를 목표로 단기 부양 정책보다는 소득 분배나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증시를 어둡게 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춰 잡은 것은 중국 정부가 더이상 고성장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 통화정책위원회는 지난달 3분기 모임을 갖고 미국의 3차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특히 ▲경제의 안정적 성장 ▲경제 구조조정 ▲인플레이션 억제 등 3자 간 균형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적자를 내는 국유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단행과 민영 기업 활성화 등을 겨냥한 제도 개선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0년 초와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소득 분배 계혁안을 입안해 국무원에 상정했다. 이익단체들의 반발로 벽에 부딪히고는 있지만, 이 소득 분배 개혁안에는 국영기업 배당금 분배, 고소득자에 대한 징수, 국영금융기관 임금 제한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은행·에너지·철강 등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국유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 증시에는 분명 악재(惡材)이다. 실제로 차기 국가주석과 총리로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은 민영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지방성 당서기 시절 적극적으로 폈고 지금도 이런 노선에 앞장서고 있다. 리커창의 경우, 올 2월 세계은행과 중국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의 합작 과제인 '차이나 2030' 프로젝트를 주도했는데, 이 프로젝트가 내린 결론의 핵심은 국유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민영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민영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여건을 보면 중국 증시의 상승세로 반전은 당장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라 중국 증시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반짝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경기지표가 더 나빠지지 않고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면 중국 증시의 미래는 '구조 개혁의 성패'와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중국 정부가 구조 개혁을 착실히 이행해 장기적으로 우량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식시장을 시장 원리에 맡겨둔다면 중국 증시는 묻힌 '매력'을 언제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