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칼럼 Outside] 겉보기와 다른 한국 가계 부채… 오해와 진실
입력 : 2012.10.05 13:49
한국이 스페인과 다른 점
자영업자 비중 월등 높아 실제 소득 통계에 안잡혀 주택대출 비교적 낮은 편
안심할 형편은 아니야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 소득 증가보다 빨라 내수 회복만 챙기면 위험
가계 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상거래 신용 제외) 비율은 지난해 156%로 선진국보다 더 높다〈그림 참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85%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전문가들이 과다하다고 보는 임계치 기준(75%)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중 가계 부채와 처분 가능 소득이 각각 6.7% 증가해 부채비율은 156%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택 버블이 붕괴한 미국에서 동 비율이 2007년 134%에서 올해 113%로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한국의 가계 부채가 미국·스페인과 같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은 오류이다.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한국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영세하여 개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통계상 가계 부채로 잡히는 반면, 자영업 소득은 실제보다 통계에 적게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지하경제 비중도 높다. 한국은행이 국민 계정 통계 작성 시 자영업 소득 탈루 정도를 감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하경제까지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국 1만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한 '2011년 가계 금융 조사'에서 소득 대비 부채비율(110%)이 국민 계정(156%) 보다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째, 한국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영세하여 개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통계상 가계 부채로 잡히는 반면, 자영업 소득은 실제보다 통계에 적게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지하경제 비중도 높다. 한국은행이 국민 계정 통계 작성 시 자영업 소득 탈루 정도를 감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하경제까지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국 1만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한 '2011년 가계 금융 조사'에서 소득 대비 부채비율(110%)이 국민 계정(156%) 보다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개인이 납부하는 국민연금은 통계상 정부저축으로 잡히는데 이는 실질적인 가계의 소득 감소는 아니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공적 연금은 납부자의 부담금을 현재 은퇴자가 수령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본인이 적립한 연금을 65세 이후 본인이 수령하기 때문이다.이 점에서 국민연금은 강제저축이다. 지난해 연금 수지(개인들의 순 저축액) 31조원을 가처분소득에 포함하면, 우리나라 부채비율은 149%로 국민 계정(156%)보다 7%포인트 낮게 계산된다.
셋째,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 부채 비중이 선진국은 80~90%인 반면, 한국은 3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활 자금(32%), 사업 자금(18%) 등이다.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자산 버블을 겪었다. 자산의 종류(일본은 주택, 한국은 원화)만 다를 뿐, 금융 자율화 과정에서 과도한 신용팽창, 내수 과열 및 경상수지 악화는 1980년대 후반 일본과 90년대 중반 한국이 동일하다. 특히 주택 버블 징후인 과잉 소비에 의한 내수 과열,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스페인에는 나타났지만 외환 위기 이후 체질을 개선한 한국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2007년에 900원대 초반까지 고평가돼 경상수지도 일시 악화한 적이 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원화 고평가가 해소되면서 버블 위험도 다시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가계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이 채무상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기업 저축률이 1998년 9%에서 2011년 20%로 높아졌다. 그만큼 기업 투자가 줄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가 1997~2008년 연평균 4.7% 성장한 것은 수많은 가계의 창업과 주택 구입의 힘이 컸다. 그 결과 가계 순 저축률이 22%에서 3%로 급락하고 소득보다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경상 및 재정 수지가 모두 흑자인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다. 가계, 기업 및 정부를 모두 포함한 국민 경제 전체로는 순 저축률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가계 부채가 안심할 형편은 절대 아니다. 긍정적 시각에서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비율을 110%('2011년 가계 금융 조사')로 보더라도 국제적으로 여전히 높다. 또 당장에 위험 요인은 아니더라도 가계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실업 급증으로 가계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되거나, 담보 가치를 위협할 정도로 주택 가격이 급락하거나 또는 기업 부실 급증으로 은행자본 건전성이 악화하는 경우 과다한 가계 부채가 금융 위기를 촉발 내지 증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 부채 비중이 선진국은 80~90%인 반면, 한국은 3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활 자금(32%), 사업 자금(18%) 등이다. 한국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자산 버블을 겪었다. 자산의 종류(일본은 주택, 한국은 원화)만 다를 뿐, 금융 자율화 과정에서 과도한 신용팽창, 내수 과열 및 경상수지 악화는 1980년대 후반 일본과 90년대 중반 한국이 동일하다. 특히 주택 버블 징후인 과잉 소비에 의한 내수 과열, 경상수지 적자가 미국·스페인에는 나타났지만 외환 위기 이후 체질을 개선한 한국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2007년에 900원대 초반까지 고평가돼 경상수지도 일시 악화한 적이 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원화 고평가가 해소되면서 버블 위험도 다시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가계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이 채무상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기업 저축률이 1998년 9%에서 2011년 20%로 높아졌다. 그만큼 기업 투자가 줄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가 1997~2008년 연평균 4.7% 성장한 것은 수많은 가계의 창업과 주택 구입의 힘이 컸다. 그 결과 가계 순 저축률이 22%에서 3%로 급락하고 소득보다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경상 및 재정 수지가 모두 흑자인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다. 가계, 기업 및 정부를 모두 포함한 국민 경제 전체로는 순 저축률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가계 부채가 안심할 형편은 절대 아니다. 긍정적 시각에서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비율을 110%('2011년 가계 금융 조사')로 보더라도 국제적으로 여전히 높다. 또 당장에 위험 요인은 아니더라도 가계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실업 급증으로 가계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되거나, 담보 가치를 위협할 정도로 주택 가격이 급락하거나 또는 기업 부실 급증으로 은행자본 건전성이 악화하는 경우 과다한 가계 부채가 금융 위기를 촉발 내지 증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의 근본 대책은 실업자 양산, 주택 가격 급락 및 기업 부실 급증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신중한 거시 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 경상 및 재정 수지 흑자를 달성할 때 가능하다. 내수와 주택 시장의 회복에만 초점을 맞춘 '화끈한'거시 정책은 그래서 매우 위험하다. 예컨대 금리를 대폭 낮추고, 세금과 규제를 철폐할 경우 소비와 부동산 가격이 일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부채 증가, 경상수지 악화 및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긴축정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 경기 부진, 주택가격 급락 및 기업 부실 가능성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가계 부채는 자산 버블이나 금융 시스템 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내수 회복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에 더욱 좌우(수출 중심 성장)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연준(FRB)은 최근 실업률 하락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고 보고 2015년 중반까지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글로벌 저성장하에서 부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는 한국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가계 부채는 자산 버블이나 금융 시스템 위기의 문제가 아니라 내수 회복을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에 더욱 좌우(수출 중심 성장)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연준(FRB)은 최근 실업률 하락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고 보고 2015년 중반까지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글로벌 저성장하에서 부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는 한국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