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5 Questions] "개성 있는 CEO가 브랜드 가치 높여"

경기 침체를 돌파하는 방안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提高)가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처방은 각양각색이다. 세계 3대 브랜드 평가 전문기업인 영국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헤이(David Haigh·58) CEO는 "브랜드의 실체(實體)는 그 브랜드를 갖고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돈을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 가치"라며 현실적 접근을 한다.

PWC 회계법인의 회계사 출신인 그는 인터브랜드사 근무 후 1996년 브랜드 파이낸스를 창업했다. 헤이 CEO는 "브랜드가 갖는 추상적인 환상에서 깨어나 재무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인식하고 키워야 한다"고 했다.

1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나?

"'잘 팔리는 상품=브랜드'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 구축은 또 다른 재무적 수익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거대 사업이다. 브랜드 가치를 산정하는 핵심은 로열티(royalty)이다. 다른 기업 제품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상품이나 서비스로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이다. 예컨대 네덜란드 기업 하이네켄은 브랜드를 다른 나라 양조업체 등이 사용하도록 허가해주는 대가로 이 업체들 연간 매출의 6~8%를 로열티로 받는다."

2 '브랜드 가치' 구축의 최근 흐름은?

"두 가지이다. 첫째, 기업들이 단 한 번의 인수·합병(M&A)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우고 있다. 인도 타타모터스가 영국 재규어·랜드로버 인수,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영국 MG로버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지적재산권 보호가 심화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20~30년 후면 짝퉁 생산에 종지부를 찍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내세워 국가 간 분쟁 조장에 나설 걸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더 많은 특허를 내고 브랜드의 국제적 사용 방안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브랜드 가치는 지역이나 매출과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웰스파고은행은 총매출의 98%를 미국에서 거두지만 기업 브랜드 순위가 20위 안에 든다. 반면, 석유를 채굴하는 에너지 기업인 엑손 모빌은 500위권에 겨우 턱걸이했다."

3 지금 가장 벤치마킹할 만한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가 총 480억달러(약 54조원)인 올림픽이다. 올림픽의 지적재산권은 매우 강력하다. 올해 런던올림픽에서 삼성, 맥도날드 등 10개 스폰서사가 10억달러 상당의 비용을 냈다. 올림픽의 핵심은 연간 18억~20억달러의 순익을 내며 거의 지출이 없는 '공짜 경제(free economy)'란 점이다. 누구든 공짜로 경쟁하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덩치를 키웠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보다 브랜드 가치가 훨씬 크다. 영국 정부는 올해 런던올림픽으로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벌었다."

4 한국 기업이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기업은 하드웨어는 탁월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약하다. 그래서 삼성을 빼면 눈부신 글로벌 브랜드가 없다. 최우선 과제는 베스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P&G의 상표 가운데 가장 먼저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 질레트처럼 강력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다음은 성장 잠재력 있는 지역을 선별해 효율적인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코카콜라처럼 50년 전에 이미 세계 최고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도 아직 매년 20억달러를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

5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한국 CEO들에게 조언한다면?

"지난 30년간 가치 있는 글로벌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제품뿐만 아니라 개성 있고 강력한 CEO에 의해 키워졌다는 사실이다. 버진(Virgin)그룹의 '자유로운 영혼'인 리처드 브랜슨 CEO, '지친 영혼의 안식처이자 재충전 장소'란 캐치프레이즈로 성공한 허광핑(何光平) 반얀트리호텔 회장,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CEO…. 이들은 하나같이 대중 앞에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발산함으로써 사랑을 얻었다. 이런 모습은 삼성·현대차 같은 한국 기업들도 조만간 당면하게 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