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태블릿' 컨버터블 PC, IT 판도 뒤흔들까

애플이 만들어놓은 컴퓨터 시장의 거대한 트렌드는 과연 바뀌게 될까.

마이크로소프트(MS)·휴렛팩커드(HP)·인텔 등 200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IT 생태계를 호령했던 PC 진영의 대표주자들이 애플의 시장 주도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 업체들은 MS의 새 운영체제(OS) '윈도8' 출시를 계기로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를 내놓으며 애플 중심이었던 IT 기기 이용 트렌드에 대대적 반격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앉아선 노트북으로, 밖에 나갈 땐 태블릿으로

HP와 일본 소니 등은 이달 말 '윈도8' 출시에 맞춰 '컨버터블(Convertible) PC'라는 제품을 내놓는다. 컨버터블 PC란 지금까지는 없던 개념의 컴퓨터다. 모양은 노트북 PC와 비슷하게 생겼고, 평소 실내에선 노트북 PC처럼 사용하다가 외출할 때는 화면만 그대로 뽑아들고 나가 태블릿 PC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한국 HP 관계자는 "휴대 중 사용이 편리한 태블릿PC의 장점과, 작업 속도가 빠르고 키보드(자판)가 있어 편리한 노트북PC의 장점을 결합시킨 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아티브'란 브랜드로 이런 컨버터블 PC를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이달 말 정식으로 출시한다. HP는 새 제품 이름을 '엔비엑스투(Envy x2)'로, 소니는 '바이오 듀오11'로 붙였다.

이런 제품이 나오게 된 것은 MS가 내놓는 새 운영체제(OS) '윈도8' 덕분이다. MS가 3년 만에 새로 출시한 OS '윈도8'은 예전과 달리 컴퓨터 화면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작동하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지원한다. 따라서 '윈도8'은 PC뿐 아니라 태블릿PC용 OS로도 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에 밀려왔던 MS가 강력한 모바일 지원 기능을 갖춘 OS를 내놓음에 따라, 이렇게 필요에 따라 노트북PC와 태블릿PC로 사용 가능한 컨버터블 PC가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PC 주역들, 명예 회복할까

업계에선 MS·HP·소니 같은 PC 시대의 강자들이 이를 계기로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지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이후 글로벌 IT 트렌드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같은 일반 컴퓨터에서 모바일 기기 쪽으로 급격하게 바뀌어왔기 때문이다. 시장의 선도자 역할을 했던 HP 등 PC업체와 MS 등 OS 업체들은 실적 하락을 겪으며 고전했다. 반면 애플은 급부상했고, 모바일기기용 OS를 만드는 구글도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컨버터블 PC는 기존의 태블릿PC보다 작업속도는 훨씬 빠르면서 필요할 때는 태블릿PC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시장 격변(激變)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서는 피어오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컴퓨터로 원하는 일을 다 하려면 태블릿PC 말고도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불편을 느껴왔다"며 "하지만 컨버터블 PC는 이 하나만 있으면 추가로 더 컴퓨터를 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