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예술인들이 되살려낸 '동국사 가는 길'

'동국사 가는 길'은 전북 군산시 월명산 입구에서 금광초등교에 이르는 200여m 거리다. 일제 식민지 시절 군산에 근대를 펼쳐낸 원도심 거리지만 갈수록 쇠락해 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거리가 1년여 사이 예술이 흐르는 쾌적한 거리로 바뀌었다.

거리는 바닥부터 깔끔히 재포장되면서 벽과 담장이 주변 일본식 주택과 어울리는 나무자재로 리모델링됐다. 담장에는 한때 동국사에서 스님이 되고자 했던 고은의 시 10여편이 나무 액자로 내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타짜' 등 군산 원도심에서 촬영된 영화와 군산상고 야구부, 채만식의 소설 '탁류' 등의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다.

'빨래터' 등 박수근의 그림들이 약 2.5×7m의 대형 벽화로 다시 그려졌다. '춘당이용원' '이청정노래교실' '해피플라워' 등 상점도 조형성 있는 글자들을 새긴 새 간판을 내걸었다. 방치된 공동 화장실이 정비돼 마을 게시판이 걸렸고. 폐창고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리모델링된 거리는 많은 블로거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되면서 군산의 명소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제 이 거리에 주말이면 수백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동국사 가는 길'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비영리단체인 '문화공동체 감'이 있다. 군산시 청년예술인 10여명이 활동하는 이 단체는 2007년 개복동 골목을 '예술의 거리'로 바꾼 데 이어 2010년 말 군산시에 이 사업을 제안하며 작가와 주민을 규합했다.

감 회원들은 옛 삼봉여인숙을 갤러리와 숙소를 갖춘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으로 리모델링했다. 군산시로부터 '마을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후원받아 주민 40여명과 함께 공터의 폐건축자재 등 쓰레기부터 말끔히 치우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벼룩시장과 노래자랑을 통해 하나가 됐다.

'동국사 가는 길' 조성으로 감이 '2012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자동차와 부동산'들이 점유한 잃어버린 공간을 '사람과 문화'가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7년 전 제정한 상이다.

이 상 심사위원회는 "개미군단 같은 작가와 주민이 참여해 마을 길을 아름답게 정비해 의미 있는 공간,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군산시는 2010년 '방축도 쌤끄미 마을', 2011년 '서개정 이영춘 마을'로 공간문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이상훈 감 대표는 "벼룩시장을 정례화하면서 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문화상품도 만들고 예술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9일 대전엑스포 시민광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