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같지만 힘은 더 센 '强小엔진 수입차' 열풍

동급의 국산차 엔진보다 더 작은 엔진을 달고도 파워는 더 좋은 수입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까지 배기량 작고 힘 좋은 디젤 엔진을 얹은 유럽차가 시장에서 재미를 본 데 이어, 최근에는 가솔린차도 수입차 엔진이 국산차보다 작아지는 '엔진크기 역전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고려대 박심수 교수(기계공학부)는 11일 "더 작은 엔진에 더 센 힘을 내면서 연비도 좋아지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세계적 추세"라며 "첨단 소형엔진을 얹은 수입차들이 국산차들을 더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차 엔진이 한국차보다 더 작아져

과거 큰 엔진에 연비는 형편없는 것으로 유명했던 미국차들이 최근엔 비슷한 덩치의 국산차보다 더 작은 엔진을 장착한 신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포드코리아가 지난 8일 내놓은 준중형 SUV 신형 '이스케이프'는 동급의 국내 SUV 가운데 처음으로 소형차에나 들어가던 1.6L(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3~4년 전만 해도 이스케이프에는 2.5L나 3L급 엔진이 기본이었다. 최고출력도 180마력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비슷한 크기인 르노삼성 QM5 2.5L 엔진 가솔린 모델의 최고출력 170마력보다 더 높다. 공인연비도 구연비 기준 L당 13㎞에 달한다.

작지만 힘 좋은 엔진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터보와 직분사 등 고급 기술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포드코리아 신홍재 과장은 "미국차가 엔진 크고 기름 많이 먹는다는 것은 옛날 얘기"라고 했다.

포드는 소형엔진 탑재 차량을 국내에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준중형 해치백 포커스에 배기량 1L, 최고출력 125마력짜리 초소형 엔진을 얹은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아반떼·i30와 같은 크기에 기아차 모닝급 엔진을 얹은 모델을 내겠다는 뜻이다.

재규어코리아는 최고급 대형세단인 XJ에 2L 가솔린 엔진을 얹은 신모델을 올 연말 내놓는다. 현대차 에쿠스만 한 크기에 쏘나타급 엔진을 얹는 셈. '대형세단에는 큰 배기량의 엔진을 얹는다'는 업계 상식을 수입차가 먼저 깼다. 재규어 측은 터보·직분사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40마력을 내기 때문에 힘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준중형 해치백 골프에 1.4L 엔진을 얹은 모델을 판매 중이다. 내년에는 골프 아랫급의 소형 해치백 폴로를 출시하는데 여기에는 1.2L급 엔진을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배기량 줄면 실익 많아… 국내 완성차업체도 대책 부심

수입차 엔진의 소형화 경향은 자동차 세금에서 유리했던 국산차의 장점까지 없애버리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중 배기량 2L 미만의 비율은 2004년 15.5%, 2009년 30.5%, 2011년 42.2%에서 올해(1~9월)에는 48.9%까지 급증했다. 특히 2L 디젤엔진을 얹은 독일 고급세단의 경우 차값은 6000~7000만원이지만, 배기량은 현대차 쏘나타와 같다.

이 때문에 양쪽 모두 신차 기준으로 연간 52만원가량의 세금만 내면 된다. 디젤엔진이라 연비도 좋은데 세금까지 저렴한 것이다. 다음 달 출시되는 포드 퓨전은 쏘나타와 같은 중형세단이지만, 1.6L 엔진이어서 자동차세는 아반떼와 같은 연간 29만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엑센트·아반떼 후속모델에 터보·직분사기술을 적용한 1.2L 엔진을 준비하고 있고, 투싼·스포티지 후속에서는 1.6L 디젤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