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UN·오페라…영남에 테마 축제 단풍

도시철도, 고등어, 유엔(UN), 오페라, 에코(echo)…. 전혀 연관이 없을 듯한 이 단어들이 부산과 대구에서 하나로 꿰인다. 사뭇 다른 이 구슬들을 한데 묶는 줄은 '축제'다. 깊어가는 가을…. 영남이 축제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아니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폐막한 부산은 눈길을 끄는 '테마 축제'들이 잇따르고 있고, 대구는 '국제오페라축제'란 대형 행사로 손짓하고 있다.

◇부산, 테마 축제의 천국

부산에선 먼저 '도시철도'란 테마가 선두로 나선다. '도시철도 예술제'다. 이 예술제는 15일부터 21일까지 서면, 수영, 센텀시티역 등 부산도시철도 7개 역사에서 펼쳐진다. '휴메트로(Humetro), 문화에 물들다'가 슬로건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손인형극'을 비롯해 독립영화 상영, 색소폰·비보이 등 공연, 설치미술 전시, 국악공연 등이 이어진다.

'연제 평생학습&주민자치 페스티벌'도 있다. 부산 연제구가 16~19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제구청 광장·구민홀 등에서 여는 행사다. 동아리 작품 전시회, 알뜰도서 교환전, 북 콘서트, 작은 음악회, 어린이 인형극, 주민자치 프로그램 발표회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부산진구는 20일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서 '부산진 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페스티벌에선 고서(古書)·옛날 교과서·책을 예술작품처럼 만든 북아트 등이 전시되고 추억의 보수동 책방골목도 재현된다. 미니북·책갈피·바람개비 만들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고등어'도 축제를 한다. 부산 서구의 '제5회 부산고등어축제'다. 고등어를 테마로 한 국내 최대의 축제다. 25~29일까지 열린다. 종전 3일에서 올해는 5일로 규모를 키웠다. 그만큼 축제 콘텐츠가 다종다양해졌다. 고등어 요리 콘서트, 고등어 요리 깜짝 시식회, 맨손 고등어 잡기, 고갈비 화덕구이, 고등어 관련 내용을 퀴즈로 내는 도전! 고등어 골든벨, 고등어 깜짝경매, 고등어 미용팩…. 먹고 보고 만지고 말하고…. 고등어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어시장인 서구 남부민동 공동어시장 체험, 도자기 만들기·목공예·네일아트 체험, 농산물 직거래 장터, 찾아가는 현장 취업센터, 웰빙 건강정보관, 남항대교 걷기대회, 뮤지컬 콘서트, 크루즈 타기 체험 등 부대 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서구 측은 "고등어 축제를 찾으면 입은 물론 눈과 코, 귀가 모두 즐거워질 것"이라며 "어느 해보다 규모와 내실을 키운 만큼 그 즐거움 또한 크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사단법인 국제평화기념사업회의 '유엔평화대축전'은 국내 유일, 세계 유일의 축제를 자랑하고 있다. 사업회 측은 "'유엔'이라는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받은 세계 유일의 행사"라며 "올해로 두 번째인 이 행사 주최가 남구에서 부산시로 승격된 만큼 콘텐츠의 질도 더욱 높아졌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축전은 25~27일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등 '유엔평화문화특구'에서 진행된다.

25일 오후 7시 인순이·한영애·안치환·남경주 등 가수와 첼리스트 정명화 등이 출연하는 '평화음악회'를 시작으로 ▲유엔기념공원 안장 장병들을 추모하는 대규모 퍼포먼스인 '유엔 피스 몹'(2300여명 참여) ▲인디고 서원 주관의 석학 초청강연회(26~27일)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기아체험 1박2일'(26~27일) ▲유엔기념공원을 출발, 광안리해수욕장까지 대규모 평화퍼레이드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또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외국인 전용 유엔평화열차가 운영된다.

부산 사하구는 오는 26~28일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와 감천2동 '감천문화마을' 일대에서 '낙동강하구 에코문화축제'를 연다. 감천문화마을에선 '골목길축제'란 주제 아래 퓨전국악, 7080포크뮤직, 색소폰·아코디언 연주, 초청가수 공연 등이 펼쳐진다. 또 이 마을 골목길 여행, 창작·전통문화체험, 감내어울터 미니공연 등이 이어진다. 을숙도에선 환경음악회, 뮤지컬 '생명의 강', 재활용체험, 생태 자연공작물 전시, 국제환경예술제 등이 진행된다.

◇대구는 화려한 오페라 천국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11월 10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수성아트피아, 코오롱 야외음악당 등지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연극과 음악이 만나 빚어내는 오페라의 정수를 선물한다. 메인 공연은 모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올해 개막작은 축제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창작오페라 '청라언덕'(12~13일)이다. 대구가 자랑하는 한국의 유명 작곡가 박태준의 동요 '동무생각'을 소재로 그의 사랑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한국의 서양음악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음악인들이 대거 등장, 그들의 뒷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386년의 역사를 가진 폴란드 브로츠와프 국립극장과 합작한 베르디의 대형 오페라 '나부코'(18·20일), 2013년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독일 카를수에 국립극장과 함께 제작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25·27일), 3년 연속 아시아 합작 오페라의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모차트르 오페라의 절정 '돈 조반니'(11월 2~3일), 프랑스의 작곡가 비제의 최대 걸작이자 오페라의 전설 '카르멘'(11월 9~10일)….

국내 최고의 성악가·연출가 등 외에 독일·이탈리아·프랑스·오스트리아·스페인 등 14개국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화려한 무대를 선물한다. 또 간략한 오페라 갈라의 성찬을 즐길 수 있다. 헨델의 고전 오페라 '아시스와 갈라테아'(19~20일 동구문화체육회관), 세계의 여러 국제인형극축제에서 1위를 휩쓸며 독보적인 위상을 떨치고 있는 오스트리아 쇤브룬궁정 마리오네트극장이 어린이 관객을 위해 무대에 올리는 인형극 '모차르트와 마술피리'(11월 3~4일 수성아트피아)가 각각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