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결혼은 터질 비눗방울"… 결혼문화 비판 전시회

"고(高)비용 결혼 문화를 바꾸려면, 어렵지만 여성들이 먼저 당당하게 박차고 나와야 해요."

홍익대 미대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지영(27)씨도 14일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전개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참여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 6일부터 서울 광화문의 한 갤러리에서 한국의 낭비적이고 허세를 내세우는 고(高)비용 결혼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몽환공화(夢幻空華)'란 전시회를 열고 있다.

가로 8m, 세로 1m 크기의 아크릴화 '사물들'엔 명품 예물과 예단, 호화 결혼식장 등이 비눗방울에 둘러싸여 있다. 이씨는 "아름답지만 금방 터져 버리는 비눗방울처럼 호화 결혼이 공허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요즘엔 선을 보면 대뜸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해올 테니 여자 쪽에서도 1억~2억원은 내라. 강남이 아니면 BMW 승용차를 예물로 해와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남자들이 있다고 해요. 시댁에서 무형문화재가 만든 수백만원짜리 도자기를 찍어주기도 해요.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 같아요."

이씨는 당초 도자기 작품을 전시하려다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선배와 친구들 얘기를 듣고 전시 계획을 바꿨다고 했다.

"예·체능계에 여대 출신이라 주변에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특히 많아요. 시댁에서 적어 주는 명품 예물·예단이 버겁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따라가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웠어요. 결혼 문화를 바꾸려면 어렵지만 여성들이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 상품 소비 능력으로 서로 경쟁하고 평가하는 것 너무 슬프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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