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전주 한옥마을에 카메라박물관 오픈

1830년대 말에 탄생한 카메라는 한 세기 가까이 인물보다 물상과 풍경을 포착하는 데 주로 쓰였다. 인물을 찍으려면 10여분씩 꼼짝 않고 자세를 지켜야 했다. 초창기 카메라는 렌즈부터 손으로 깎는 수제품이었다. 50㎝가 넘는 주름상자에 유리를 필름으로 사용했다.

전주 한옥마을의 아담한 새 명소로 카메라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김일구-김영자 명창의 '온고을소리청'과 한 마당을 쓰는 '여명카메라박물관'이다. 한옥마을의 새 볼거리로 1850년대 이후 세계 각국에서 만든 카메라 30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코너엔 영국에서 1850년대 만든 칩차이즈 카메라와 1900년대 초반 가장 인기를 모았던 '센더슨 레귤러', 미국산 뷰 카메라 등 시중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카메라들이 놓여 있다. 주름상자를 접으면 핸드백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1907년산 코닥카메라, 첩보영화에 등장하는 독일산 스파이 카메라도 진열된다.

아날로그 시대 수많은 인물과 물상, 근·현대문명의 다양한 세태를 담아낸 카메라들로 지금도 대부분 필름만 넣으면 작동된다. 80여평의 전시관은 구미 여러 나라들과 일본 홍콩 등의 한 세기 반 카메라 역사를 담고 있다.

이들 카메라 대부분은 이 박물관 한재섭 관장이 2000년대 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2년간 머물면서 수집했다고 한다. 한 관장은 "인맥을 통해 구하기도 했고 차량으로 수 시간씩 걸리는 시골 앤티크숍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을 즐겨 찍으며 재미 있는 디자인의 카메라들을 모으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수집가가 돼 버렸다고 한다.

한 관장은 1만여장의 LP 음반과 100년이 넘는 축음기도 수집, 박물관 옆 작은 카페에 추억의 음악들을 들려준다. 온고을소리청을 오가는 소리꾼들의 야외 공연과 빔프로젝트를 이용한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10시 개관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063)232-5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