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발해유적 찾은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2년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한국식 절터가 발견됐다. 발견자는 독립운동가 산운(汕耘) 장도빈(張道斌·1888~1963) 선생. 일제 검거를 피해 건너간 망명지 우수리스크에서 발해(698~ 926)의 유적을 찾은 것. 천 년 가까이 묻혀 있던 고대사의 흔적이 잠을 깨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한반도 너머 이 지역 일대가 발해의 생활권이었다는 사실도 사방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0년. 15일 산운 선생이 발견한 절터 초석이 남아있는 우수리스크시 흐멜니츠키 거리 공원에서 100주년 기념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고려학술문화재단과 러시아 연방극동대학이 함께 행사를 주관했다. 재단 회장이자 산운 선생의 아들인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은 감격해 했다.

평안남도 중화 출신으로 구한말 대한매일신보 주필을 지낸 산운 선생은 1911년 일제 단속을 피해 연해주로 건너가 항일 운동을 벌였다. 일제가 왜곡 말살한 우리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는 이곳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발해 유적을 발견했다. 선생은 우수리스크의 옛 지명이 '크라스노야르'(쌍성자·雙城子)였던 사실에 주목하고 틈날 때마다 답사를 했던 것. 당시 한인들은 블라디보스토크를 '해삼위(海蔘威)'로, 크라스키노를 '연추(煙秋)'로 부르는 등, 러시아 지명 대신 고구려·발해 때부터 전해오던 한국 지명을 쓰고 있었다.

우수리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내륙 쪽으로 100여 km 떨어진 지역으로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항일독립 운동의 양대 성지이기도 했다. 지금도 연해주에 거주하는 약 4만 명의 고려인 중 절반인 2만 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

고려학술문화재단은 16일 러시아 연방극동대학과 공동으로 국제 학술회의도 개최한다. '발해사 연구의 새로운 것'을 주제로 한국과 북한, 러시아 등 3개국 학자 총 20명의 논문이 발표된다.

주제 발표를 맡은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와 한규철 경성대 교수가 각각 '연해주 콕샤로프카 1 성터 건물지의 성격'과 '삼국사기를 통해 본 말갈'을 발표한다. 김희태 박사는 '산운 장도빈과 연해주', 정석배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체르냐찌노 2 주거 유적 발굴 조사 성과'에 대해 발표한다.

김하경 고려학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당초 북한의 김일성종합대 교수들도 학술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러시아 연방극동대를 통해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