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로 입양 38년 만에… 대한민국 명예 경찰이 되다

다섯 살 때 네덜란드에 입양됐던 여자아이가 베테랑 형사로 성장, 입양 38년 만에 대한민국 명예 경찰관으로 위촉됐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경찰국 소속 김양순(여·43·사진) 수사관 등 한인 경찰관 12명을 '대한민국 명예 경찰관'으로 위촉했다. 경찰청이 주관한 '해외 한인 경찰관 초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김 수사관은 "한국은 내 뿌리가 있는 나라 아니냐"며 "이번 행사에 초청받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는 6년 전 방한해 친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 적이 있다. 당시 김 수사관은 어릴 적 머물렀던 경기도 수원의 보육원을 찾아 '홀로된 아버지가 보육원에 데려왔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하지만 친부의 기록이 남아있는 예전 기록은 모두 확인할 수 없었다. 동사무소에도 가봤지만, 옛 주소가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다.

네덜란드로 입양된 김 수사관은 고등학교 교사인 양부모 밑에서 4남매와 함께 자랐다. 그는 "다정한 부모님 덕분에 구김살 없이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서 "어머니처럼 체육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지역사회에 여성 경찰이나 다른 인종의 경찰이 필요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22년 경력 베테랑 형사인 김 수사관은 살인·강도·성범죄 수사가 전문 분야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강력 범죄에 대해 "처음 한국을 찾았을 당시(2006년)는 큰 범죄가 없었는데, 지금은 미성년자 성범죄 등 강력 사건이 이슈화돼서 놀랐다"면서 "성범죄자들이 피해 아동들에게 '너와 나의 비밀이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부모는 아이들에게 그런 비밀이 없도록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19일까지 김 수사관을 비롯한 미국·네덜란드·독일·벨기에·아르헨티나·호주·뉴질랜드 등 7개국에서 활약 중인 한인 경찰 12명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살 때 벨기에로 입양 후 베스드르 경찰청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하는 이옥련(여·34) 수사관, 미국 워싱턴 프린스 윌리엄스 카운티 경찰국에서 근무 중인 조성용(40) 수사관 등도 이번 행사에 초청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