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자… ELS 지고 CMA 뜬다

저금리가 투자 풍속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는 한풀 꺾였고, 원금은 지켜주면서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는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추가 금리 인하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비한 상품들도 잘 팔린다. 30년국채와 물가연동국채가 대표적이다.

저금리로 주식 시장의 희비도 엇갈렸다. 경기 둔화 우려로 음식료·제약 등 경기방어주가 뜨고 있지만,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던 보험사의 주가 흐름은 부진하다.

◇안전이 최고

올 상반기 자산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는 최근 한풀 꺾였다. 원금을 지키려는 투자자의 욕구가 커졌고, ELS 기대수익률이 연 5~7%대로 낮아지면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하려는 사람도 줄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수익률이 결정되는 투자상품이다. 보통 투자금 대부분을 채권 등 원금보장이 가능한 상품에 투자하고 나머지 소액으로 주가지수 옵션 등에 투자하는데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서 ELS의 기대 수익률도 낮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금액은 지난 3월 사상 최대였던 5조591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 5월부터 9월까지는 매달 감소 추세다.

손해 안 보는 상품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특별판매는 인기몰이 중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달 초부터 3.05~3.75%의 금리를 주는 CMA 특판을 실시 중인데 현재까지 1000억원이 넘는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종금사의 CMA는 일반 증권사와 달리 5000만원(이자 포함)까지 원금이 보전된다.

◇30년국채·물가채 인기몰이

장기적으로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장기채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 채권의 경우엔 분리 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30년 만기 국채다. 30년 만기 국채는 정부가 30년 동안 연 3%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앞으로 시중 금리가 더 낮아져도 3%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채로 자본 차익을 노리는 수요도 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인하 효과가 미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 이 때문에 만기가 긴 채권은 작은 폭의 금리 인하에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물가채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가채는 보통 이자금리와 원금가치 상승 두 부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물가가 오르면 채권의 원금가치가 높아져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저금리로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시중 증권사들은 최근 물가채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기방어주 잘 나가도 보험주는 울상

저금리 불똥은 주식 시장에도 튀었다. 금리 인하는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돈을 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하 시기에 경기방어주가 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식료, 의약품, 보험이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다.

최근 보험주를 제외한 경기방어주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10월 들어 유가증권 시장 음식료업종 지수는 6.0%, 의약품업종 지수는 3.8%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3.5%)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반면 보험업종 지수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대외 악재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국고채 가격이 상승(국채 금리 하락)했는데, 보험사는 국고채 금리가 떨어질 경우 수익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받아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만큼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올리는 국고채에 투자하는 비중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