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심 뛰어난 조선 청년, 日帝 극복할 것"

빛바랜 사진 속, 절벽 아래 야영장에서 제복을 갖춰 입고 선 소년들의 모습에 기개가 넘친다. 이들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 깃발에는 한민족의 기상을 나타낸 포효하는 호랑이가, 그 아래엔 '준비'를 풀어쓴 한글 자모가 뚜렷하다. 오늘날 보이스카우트의 전신인 '조선소년군·소년척후단'이 일제강점기인 1922년 창설되고 이후 활동하던 때 모습이다. 당시 통합 단체인 '조선소년군·소년척후단' 초대 총재였던 월남 이상재(1850~1927) 선생은 "조선 청년은 세계 다른 나라 청년보다 도덕심에서 뛰어나다"며 "결국 이 다음 세계를 통일해서 안정되게 만들 사람은 조선 청년에게 있으니 그것에 내가 제일 큰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연설했다.

그로부터 90년. 독립기념관(관장 김능진)이 개관 25주년을 맞아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조선소년군·소년척후단 창설 90주년 기증 자료 특별기획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소년척후단조선총연맹' 초대 총재였던 이상재 선생이 일제 침략을 비판하고 청년들의 자주독립 정신을 촉구하는 내용의 7분 21초짜리 연설 '조선 청년에게 고함'이 녹음된 1926년 음반 원본을 비롯, 소년척후단 창설자인 정성채 선생의 장손 정범기 목사가 기증한 '1930년 개성소년척후단 야영대회 사진' 등 희귀 사진 6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1922년 창설된 조선소년군·소년척후단은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청소년을 조국 광복과 새나라 건설을 위한 주역으로 길러내는 데 앞장섰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단기 상징에 '준비'라는 한글 구호를 넣고 목수건인 황건(黃巾) 매듭을 무궁화 모양으로 만드는 등 일제에 맞서 우리 정체성을 지키려는 성격이 분명했다"며 "이를 일제가 내내 문제 삼았고 결국 1937년 강제 해산됐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 '소년군' '소년척후단'으로 혼재하던 이 단체들은 1924년 3월 1일 인천 YMCA 회관에서 서울·인천 4개 단체가 '소년척후단조선총연맹'으로 통합되면서 이상재 선생을 초대 총재로 추대했다. 1927년 이상재 선생 별세 후 국내 최대 사회장이 치러졌을 때 소년척후단원들은 단복을 입고 단기를 앞세워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영구를 호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