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10년 수익률, 은행 적금보다 낮아

정부가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서 가입을 장려해온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대부분 은행 정기적금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보험사들이 판매한 연금저축의 최근 10년간 누적 수익률은 32~42% 수준이며, 이 돈을 같은 기간 은행 정기적금에 넣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익률 48%를 밑돌았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이런 분석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리포트 1호'를 내놓았다. 2001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연금저축은 최소 10년 이상 매달 일정액을 적금처럼 붓고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는 노후 대비 장기 저축상품이다. 금감원은 연금저축이 금융회사별·상품별로 내용이 복잡해 고객들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금융소비자 리포트의 첫 번째 주제로 삼았다.

◇자산운용사 연금저축 수익률이 손해보험사의 4배

연금저축은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가 주로 판매하는데, 업종별로 수익률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연금저축 상품은 수익률이 10년간 123%인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32%에 그쳤다. 은행이 42%였고, 생명보험사들은 40%였다.

연금저축 고객 20명 중 19명 정도가 은행과 보험사 상품에 가입해 있는데, 은행 적금(10년 이자율 48%)을 붓는 것보다도 적은 수익을 얻은 셈이다. 다만 연금저축에 들면 매년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금에 비해 무조건 손해를 본 건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보험사 상품이 은행권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설계사들이 수당 몫으로 떼가는 수수료가 은행 수수료보다 많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떼고 남은 돈으로 굴리기 때문에 고객이 처음 낸 보험료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산출하면 은행 연금저축보다 수익률이 낮게 나온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상품은 해당 기간 중 코스피 지수가 150% 상승한 덕에 수익률이 좋았다. 하지만 주식형 상품이 앞으로도 수익률이 좋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의 여파로 주가가 떨어진 지난해에 주식형 연금저축에 가입한 고객들의 경우 현재 마이너스 16%의 손실을 입고 있다.

◇10년 이상 유지해야 손해 없어

금감원은 연금저축의 수수료율이 연도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은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가 첫해에는 10%를 넘을 정도로 높았지만, 해마다 줄어들어 15년차 이후에는 0.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시간이 가도 줄어들지 않고 0.8~1.2%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수수료만 따졌을 때 15년 이상 불입하려면 보험사 상품이 유리하고, 10년 정도만 유지하려면 은행·자산운용사가 낫다는 것이다.

또 세금을 감안할 때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유지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10년이 되기 전에 해약하면 22%의 소득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돌려받는 돈이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 하지만 10년 동안 연금저축 계약을 유지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52%에 그쳤다.

정영석 금감원 부국장은 " 목돈이 필요하더라도 해지하는 것보다는 연금저축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게 손해를 덜 입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비자리포트 1호는 회사별 연금저축 수익률 정보가 빠져 있어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감독 당국이 개별 금융회사의 수익률 비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대신 이달 말부터 금감원 홈페이지 또는 은행연합회·생보협회·손보협회·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별·상품별 수익률을 열람할 수 있으니, 이 정보를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금저축

10년 이상 적금처럼 돈을 넣고 55세 이후부터 매달 연금 형태로 투자금을 돌려받는 금융상품이다. 노후 자금 마련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 납입한 금액 중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