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벌써 노화… 모바일 대응 늦고 신사업선 주름

국내 인터넷 포털업계가 힘겨운 가을을 맞고 있다. 다음 달 초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3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쳐 '깜짝 실적'은 없을 전망이다. 그나마 올림픽과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 덕을 보면서 버티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의 3분기 매출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한 자릿수대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모바일 시장 공략을 위해 뒤늦게 뛰고 있지만, 카카오 등 벤처업체들의 아성(牙城)을 뛰어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악전고투(惡戰苦鬪) 속에서 포털 '파란'은 최근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고, 포털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조직 재정비를 위해 16일부터 희망퇴직자 접수에 들어갔다.

◇뒤늦은 모바일 대응에 발목

포털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PC 시대에는 인터넷 실행의 첫 관문인 '인터넷 브라우저'만 점령하면 됐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는 전혀 다르다. 스마트폰 화면에 원하는 콘텐츠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골라 먹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계열 기기에는 강력한 검색엔진 구글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어, 굳이 포털 앱이 없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내수 유선 시장에 안주하던 포털업체들이 뒤늦게 모바일에 뛰어든 탓도 있다. 그 사이 SNS 시장은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가 장악했다. 모바일메신저 시장에서도 카카오톡이 이미 수천만 이용자를 선점하고, 쇼핑·이모티콘·게임과 같은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새로운 '포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자적 수익 모델 부재

포털만의 차별화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다음과 같은 대형 업체들은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망한 서비스를 아예 사들이거나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급속도로 따라잡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덩치를 불리고도 앞선 수익 모델을 판박이처럼 내놓는 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톡이 '플러스친구'란 기업 광고 모델을 내놓자, 라인과 마이피플도 각각 '공식계정'과 '채널'이란 이름의 동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모티콘 판매와 게임 유통사업을 하는 것도 3개사 모두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포털사일수록 매출을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새로운 도전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해진 NHN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우린 대기업이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사업도 아직은 성과 지켜봐야

포털업체들은 모바일 광고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NHN은 최근 만화·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N스토어'와 PC게임 디지털 버전을 유통하는 '게임 플레이어' 사업 등 본격적으로 콘텐츠 판매 사업에 나섰다. '네이버 앱스토어'도 야심 차게 내놨지만, 이미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 광고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아담'을 출시해 현재 6000개의 파트너사와 월간 150억 페이지뷰를 확보해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올 4월 새롭게 출시한 스마트TV용 셋톱박스 '다음TV+'의 판매량은 현재 1만5000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포털 사업보다 '싸이월드'를 비롯한 SNS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전면 개편하고, 멜론·T스토어 등 관계사의 콘텐츠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컴퓨터공학과)는 "그간 강자로 군림해온 포털이 모바일 시장에서는 중소 콘텐츠 업계들과 함께 상생(相生)하면서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데 주력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