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81] '동양 최대'의 京城운동장 개장

"죠선 각디에 어대를 물론하고 운동열이 점점 왕성하는 이때에… 이에 관한 설비가 극히 미비하야… 훈련원 운동장을 확장… 그 안에는 '테니스' 코트가 넷으로… 중앙에는 '뻐스뽈(베이스볼)'과 '풋볼'의… '그라운드'가 잇고… '스탄드'를 설비하며… 금년내에 실행하도록 계획을 진행한다더라."(1924년 1월 8일자)

1919년 조선체육협회, 1920년 조선체육회가 탄생하면서 '전 조선 야구대회'를 비롯한 축구·정구·육상·빙상 대회 등이 잇달아 창설됐지만 운동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특히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치를 수 있는 종합운동장은 전무했다. 이에 경성부가 조선 최초의 종합운동장인 경성운동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미 "작년(1923년) 중에 의론이 잇섯스나… 일본 관동디방 진재(震災)로 일시 의론이 중지되얏섯는데,… 어혼의(御婚儀)의 날자도 갓가워 왓슴으로" 속히 결정한 것으로, "경비 십오만원은 부령 소유의 재산을 매각"해 마련키로 했다(1924년 1월 18일자).

당시 동궁(東宮·황태자) 히로히토의 결혼을 앞두고 일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각종 기념사업이 이어졌는데, 경성부는 훈련원 운동장을 확장해 종합운동장을 건설해 영원히 기념키로 했던 것.

한때 '경성부 어성혼(御成婚) 기념운동장'의 토지 매수가 지지부진해 '내년 준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추측도 나왔으나(1924년 8월 30일자), 경성운동장은 이듬해(1925년) 10월 15일 개장식을 갖고 사흘 동안 '제1회 조선신궁경기대회'를 성공리에 치렀다(매일신보 1925년 10월 16일자).

경성운동장은 "야구장 뎡규장 경마장 등이 잇슴으로, 이러한 여러 가지 경기장을 한 운동장 안에 두지 못한 일본 각 도시에서"조차 "경성부 훈련원 '그라운드'의 설계를 보고저 희망"할 정도로 '동양무비(東洋無比)'였고, "더욱 설비를 완전히 하기 위하야… '스탠드'의 집웅까지 만들"기로 했다(1925년 7월 1일자). 실제 이듬해엔 비록 지정관람석에 한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옥외 운동장 관중석에 지붕이 설치됐다(1926년 12월 3일자).

"운동장으로서 수영장의 설비가 업서 짝다리 병신의 조롱을 면치 못하든" 경성운동장은 1934년 5월 '경영장' '비입장(飛入場·다이빙대)' '아동영장(兒童泳場)'을 갖춘 '풀'이 완성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운동장의 면모를 갖췄다(1934년 4월 8일자).

한 해 33만여명이 찾을 정도로(1938년 12월 2일자) 한국 근대 스포츠의 메카였던 경성운동장은 해방 후 증개축을 거듭하면서 그 이름이 서울운동장으로, 1984년 잠실에 서울종합운동장이 들어서면서는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7년부터 철거되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