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멋진 건 의미 없어… 변치 않는 뼈대 그린다"

"살보단 뼈대를 지향한다. 젊을 때만 반짝 멋져 보이는 건 의미가 없다. 집을 지을 때도, 가구를 만들 때도, 흔들림 없는 뼈대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영원한 구조'. 평생 고민한 원칙은 결국 이것이다."

말투는 단호했지만 표정은 부드러웠다.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Citterio·62)는 뉴욕 Mo MA(뉴욕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가 작품을 영구보존하고 있는 스타 건축가다. 1972년 개인 스튜디오를 연 이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경찰청과 독일 비트라 공장, 이탈리아 밀라노 불가리 호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W호텔 등을 지었다. 많은 건축 거장이 그렇듯, 치테리오 역시 다양한 산업 디자인 작품을 남겼다. B&B 이탈리아·비트라·카르텔 등 디자인 회사와 함께 만든 '찰스' '루이스' '마트' 같은 가구 시리즈는 지금도 "혁신적"이란 평을 듣는다. 이탈리아산업디자인협회가 최고 디자이너에게 주는 '황금 컴퍼스 상'도 1987년·1995년 두 차례 받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들어선 B&B 이탈리아의 아시아 최대 쇼룸(인피니)을 둘러보기 위해 왔다는 치테리오를 17일 만났다. 그는 쇼룸 안 의자에 걸터앉아 아이패드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매일 신문을 읽는다. 건축가는 세상 돌아가는 소리에 귀가 열려 있어야 하니까." 그가 건넨 첫 인사였다.

―한국은 첫 방문이다.

"공항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달리는데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군더더기 없이 근사했다. 첫인상이 좋았다."

―건축가로 일한 지 40년쯤 된다고 들었다. 상업과 예술, 그 두 토끼를 놓치지 않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다.

"건축가인 동시에 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몸으로 느꼈고, 그걸 디자인으로 옮겨왔다. 내 첫 히트작으로 불리는 '찰스' 소파는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기 직전, 좁아진 아파트를 개조하면서 만들었다. 길고 좁은 아파트 구조에도 알맞게, 조합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소파를 만든 것이다. '모빌' 서랍장, '마트'·'루이스' 의자 등도 개인적인 필요와 고객의 요구를 조화시켜 내놓은 것이다."

―인체의 구조를 따져서 건축을 하고 가구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람 몸에 관심이 많다. 특히 뼈대를 닮은 집이나 가구를 만들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유행이 바뀐다고 해도 뼈대는 변함이 없지 않나. 최근엔 이탈리아 운동기구 회사인 '테크노짐' 본사를 지었고, 운동기구 '키네시스 퍼스널'도 내놨는데, 이 역시 사람의 몸을 이해하려는 나의 노력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가전제품. 일상을 편하게 하는 분야라서 늘 관심이 많다."

―영감은 보통 어디에서 얻는가.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나' 생각한다. 출발은 그렇게 늘 나와 내 주변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