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코스닥 기업은 '열등생'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대기업 의존 현상이 심화됐지만, 대기업의 코스닥시장 상장 계열사는 정체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들의 수익성은 대기업 계열이 아닌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도 뒤처졌다.

모기업과 신성장사업 영역이 겹쳐 신규사업 발굴이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경영자가 안일한 마음가짐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기업과 합병이 검토된다거나 매각이 추진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 매출 제자리걸음

18일 조선비즈가 4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의 코스닥 계열사 37개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총 매출액은 8조641억원, 영업이익은 375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되레 13.1%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801개 코스닥기업(연결기준 실적을 발표한 84개사, 관리종목 등 제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6%, 1.2%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로 살펴보면 매출액 역시 정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8년 이후 대기업의 코스닥 계열사 매출액은 꾸준히 7조~8조원을 오르내렸다(M&A된 기업은 제외).

기업별로 살펴보면 2007년 11월 SK그룹에 피인수된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는 2007년과 2008년 1조7000억~1조9000억원의 매출을 내다가 2010년과 지난해엔 2조1000억~2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꽤 많이 늘어난 수준이지만, 계열사 합병 효과 등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만족하긴 어렵다. 순이익 부문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계속 적자를 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는 CJ오쇼핑, GS홈쇼핑은 홈쇼핑 시장 초기만 해도 고성장하다가 최근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꾸준히 이익을 내던 SKC솔믹스, SK컴즈 등은 적자전환했고 효성가의 갤럭시아컴즈는 계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37개사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8개사에 불과했다.

다만 IT업체들에 대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분석 속에 대기업 계열 코스닥기업들이 중소형주 강세를 주도했다.

◇성장 기대되는 건 모회사가 직접?…안정 지향적인 것도 문제

증권가에서는 대기업 계열 코스닥기업의 수익이 부진한 것은 모기업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소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모기업이 직접 챙기다 보니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는 자회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곤 한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의 인터넷 사업은 SK컴즈가 담당하고 있지만, SK플래닛이 모바일 메신저 틱톡, 인터넷쇼핑몰 11번가, T스토어 등을 운영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측에서는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경영되는 일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의 교육업체가 상장하면서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제시해 기대가 많았지만, 주가는 이내 잠잠해졌다"며 "기존에 하던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회사와 합병이 거론되거나 매각, 또는 자진 상장폐지가 진행되는 곳도 있다. SK브로드밴드와 SK컴즈, 멜론 등은 SK텔레콤, SK플래닛과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KT뮤직이나 KT서브마린은 매각설의 단골 손님이다. 티브로드도봉강북, 한빛방송은 자진 상장폐지가 진행 중이다.

한편 37개 상장사의 현재 주가를 연초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37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곳은 17개사로, 코오롱생명과학이나 와이디온라인, 대성창투 등의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 반면 OCI머티리얼즈, 동부라이텍, 동부로봇, 동양시멘트 등은 큰 폭으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