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체력을 키우자] [上] 한국, 첨단소재 시장점유율 1.8%… 中에도 밀려

고부가가치 제품인 첨단 하이테크 소재(素材)의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가 지난해 세계 6위로 성장했지만,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소재 기술력'에선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재와 부품 경쟁력을 높이지 못할 경우 필연적으로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기술 종속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8일 본지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하이테크 소재의 국가별 수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총 3940억5000만달러 규모인 하이테크 소재 수출 시장에서 한국 수출액은 70억8600만달러(1.8%)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은 총 64개 소재로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미국·일본·독일·이탈리아·스웨덴·네덜란드 6개국에서 만드는 소재 중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소재를 추린 것이다. 얇고 잘 휘어서 LCD TV, 휴대전화 안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의 원판에 쓰이는 폴리이미드 필름 등이 그 대상이다.

우리 하이테크 소재 시장점유율은 2000년(1.8%)에 비해 12년간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기술 강국인 독일의 시장점유율(12.6%)은 우리의 7배였다. 미국(9.9%)과 일본(5.4%)의 시장점유율도 각각 우리의 5.5배, 3배였다. 특히 최근 소재·부품에 대한 투자를 많이 늘리고 있는 중국의 시장점유율(6.9%)이 급성장, 우리의 3.8배 수준에 달했다. 2000년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3.4%에 그쳤지만 2배로 커진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하이테크 소재 대일(對日) 수입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증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2000년 43.5%에서 작년에 57.8%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 수입한 하이테크 소재 물량은 2000년 10억달러에서 지난해 58억달러로 증가했다.

또 108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하이테크 부품(部品)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5.8%로 소재보다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지만, 독일(7.3%)·미국(8.9%)·일본(7.5%)에 비해선 여전히 낮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조규림 연구원은 "소재산업은 기술격차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라며 "대부분의 제조업종에서 개발도상국과의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소재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