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야 놀~자] 기업 인수·합병에서 LBO란 무엇인가요?

법원 "100% 주식 소유해도 LBO 인수는 배임"〈2012년 1월 5일 조선닷컴〉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배준현)는 5일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 매수(LBO, leveraged buy out)’ 방식으로 회사에 1000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서춘길 전 온세텔레콤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여러 기업이 매물로 나오고 기업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M&A는 여러 방법이 활용되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이른바 차입 매수(LBO·leveraged buyout) 방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기법으로, 적은 자기자본을 가지고도 거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차입 매수(LBO)란 무엇인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하나의 거래 대상입니다. 이렇게 기업을 사고파는 시장을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시장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합병이나 주식 인수, 영업 양수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M&A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답니다.

특히 기업 M&A가 활발한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기법이 차입 매수(LBO)입니다. 이는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이나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담보로 하여 외부로부터 인수 자금을 빌린 뒤 그 돈으로 인수 대상 회사를 사들이는 기법을 말합니다. 당연히 기업을 인수하려는 입장에서는 인수 자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겠지요.

기업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기업을 인수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자 이런 기법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 방식은 기업 경영권 거래에 대해 거부감이 적은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국가들은 또 금융시장이 발달해 대규모 인수 자금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지요.

1989년 미국의 KKR(Kohlberg Kravis Roberts)이라는 유명한 사모(私募·private equity) 펀드가 담배·식품회사인 'RJR 나비스코(Nabisco)'를 이 방식으로 인수했는데, 거래 규모가 250억달러(추정 부채를 포함하면 311억달러)에 달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동양메이저나 이랜드 같은 회사가 이 방식을 이용해 각각 한일합섬과 한국까르푸를 인수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방식은 보통 현금 흐름은 우수하지만 경영진의 능력이 부족해 기업가치가 저(低)평가된 회사에 대해 M&A를 할 때 많이 이용됩니다.

LBO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차입 매수엔 정형화된 방식이 없고, 다양한 형태로 이뤄집니다. 미국의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통상적으로 4단계의 절차로 진행됩니다.

1단계로 기업 인수인은 대상 회사에 대한 인수 전략을 수립한 후 서류상 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합니다. SPC는 보통 주식을 발행해 전체 인수 자금의 10~20% 정도를 조달합니다.

2단계에서는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립니다. 대체로 은행으로부터 인수 자금의 50~70% 정도를 차입합니다. 이때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이나 장래 현금 흐름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족한 10~40% 정도의 인수 자금은 후순위채권이나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합니다. 주의할 것은 후순위채권이나 전환사채는 빚을 돌려받는 순서가 일반 채권보다 뒷번호이고, 무담보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반면 금융회사에서 차입하는 자금은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이나 장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습니다.

3단계는 지분 매수나 자산 인수를 통해 대상 회사를 인수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4단계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기업 인수인은 인수한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합리화를 통해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개선합니다. 그 후 인수인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는 한편, 합병 기업을 다시 상장시키고 보유 지분을 매각해 투자 이익을 회수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LBO를 할 때 사모펀드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기업이 주도하는 한국과 크게 다른 점입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기업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모펀드 시장 육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모펀드에 대한 차입 한도 제한으로 사모펀드가 LBO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만일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토종 사모펀드 시장이 발전했었더라면, 외국 자본에 의한 한국 기업 인수로 인한 헐값 매각 시비나 먹튀 논란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LBO의 문제점은 없나요?

그렇다면 차입 매수엔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 인수자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다면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인수 대상 회사가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해당 회사의 채권자와 주주도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다시 말해 자금을 빌리는 쪽인 인수인은 담보 가치에 상응하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반면, 담보를 제공하는 대상 회사는 담보 가치만큼 재산상의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대법원은 인수인이 금융회사로부터 기업 인수 자금을 차입할 때 인수 대상 회사가 회사 자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인수인을 위해 담보로 제공해 줄 경우 인수 대상 회사의 이사에게 배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차입 매수를 이용한 기업 M&A가 활발하지 않은 편입니다.

또 차입 매수를 할 경우에도 배임죄 문제를 피하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자기자본의 비중을 높이는 경우가 많고, 인수회사가 자회사인 SPC의 부채에 대해 보증하는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함께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형사적인 배임죄는 문제 되지 않고, 민사적으로 당사자 간에 이해관계가 공평하게 조정되는지가 중시되고 있기 때문에 LBO 방식의 기업 인수·합병이 용이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M&A는 기업 재편 수단으로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차입 매수는 적은 자기자본으로 M&A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방식이 활성화되려면 기업 인수자의 자금 조달을 돕는 사모 펀드 산업이 더 발달해야 하고, 인수·합병에 관여하는 경영자들이 배임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인수자와 피인수자가 책임을 적절히 분담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특수목적회사(SPC·Special Purpose Company)

특정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되는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복잡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며, 대개 해당 목표가 달성되면 회사를 해산합니다. LBO(차입매수)의 경우에는 이런 SPC가 M&A(기업 인수·합병)를 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인수하는 주체가 됩니다.

◆퀴즈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이나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을 담보로 하여 외부로부터 인수 자금을 빌린 뒤 그 돈으로 인수 대상 회사를 사들이는 M&A(인수·합병) 기법을 영문 약자로 '○○○'라고 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0월 24(수) 오후 5시 마감, 10월 26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레버리지〉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권민지 김명숙 김부광 김성균 김영진 김옥선 김윤출 김혜균 박정선 백운갑 손병철 신경희 안정아 유정규 이동성 이수경 이유진 이현숙 임동래 전인자 정재심 조병철 최현규 표숙자 홍경선)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