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클리닉] (30) 파생결합증권 DLS

회사원 박모(38)씨는 얼마 전 정기예금 만기자금 5000만원을 들고 한 국내 증권사를 찾았다. 예금 금리가 연 3.5%로 너무 낮아 투자 대안을 찾아나선 것이다. 창구 직원은 국제 금값과 은값을 기준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를 권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마구 돈을 푸는 만큼 원자재가 더 안전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박씨는 "DLS란 상품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돈을 넣어도 될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정기예금 대안을 찾아나선 투자자들 사이에서 DLS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DLS란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한 상품인데, 연계 대상이 주가가 아니라 상품 가격이나 이자율, 환율 등이란 게 다르다. DLS 가입 전에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점들을 소개한다.

◇금리, 신용도, 날씨 등 다양한 기초자산

DLS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도록 약속하는 상품이다. ELS가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나 삼성전자 같은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다면 DLS는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지표부터 원유·농축산물·금·은 같은 일반상품이나 신용위험 등 다양한 요소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적정한 방식으로 가격이나 이자율 등을 산정할 수 있다면 기후 같은 자연환경 변화도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ELS보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품이 훨씬 다양하다.

예컨대 19일까지 판매되는 신한금융투자의 3년 만기 'DLS 350호'는 런던 금 시장에서 오후에 결정되는 금과 은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만약 두 기초자산의 평가가격이 모두 처음 기준가격의 55% 이상일 경우 매달 원금의 0.75%(연 9.0%)를 지급한다. 지난 12일까지 KDB대우증권이 판매했던 DLS는 삼성중공업의 신용과 연계 상품이다. 계약기간인 3개월 동안 삼성중공업이 파산하거나 지급불이행, 채무재조정되지 않으면 만기에 연 3.65% 수준의 수익을 주는 것이다.

◇사상 최고치 갈아치우는 DLS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LS 발행액은 전 분기보다 12% 증가한 7조406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DLS 발행액은 1분기에 5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분기 6조원, 3분기 7조원을 넘어서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DLS 규모가 날로 늘어나는 이유는,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서 ELS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이 위기국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무기한' 3차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돈이 풀리면서 금·은 등 원자재 가격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선물 가격은 지난 6월 온스당 1550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 17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은 선물 역시 6월 26~27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 32달러로 3개월 동안 20%가량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시중에 현금이 많이 풀린 만큼 원자재 가격이 최소한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DLS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예금금리+알파 수익 기대

그러나 장밋빛 기대감만 갖고 DLS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DLS는 파생상품에 투자해 상품에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가 다른 만큼, 상품 구조를 잘 알고 투자해야 한다.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지 않으면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작지만, 원금보장형 상품이 아닌 경우엔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DLS는 어떤 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데 베팅하는가 하면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쪽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는 등 상품 구조가 다양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투자가가 주식 대체용으로 선택할 만하다"며 "D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으면서도 예금 금리보다는 약간 높은 6~9% 안팎의 수익을 얻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에게 알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