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고장 역사·유적 알리는 '인천 홍보맨들'

"인천에 살면서도 사실 인천의 역사나 유적 같은 것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그걸 배우고 알게 되니까 점점 더 알고 싶고, 애향심도 많이 생겨요. 아이들한테도 계속 이야기를 해주게 되고요."

대학 강사인 김윤임(52)씨는 "내 고장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이건 지식이 아니라 지역 사람으로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인천 사람' 10여명이 모여 활발하게 인천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인천 알리기 협회'. 회원들은 각자 다양한 경력과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인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이다.

문학산, 송도, 강화…. 숱한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 인천의 여러 유적지를 틈 날 때마다 찾아보고, 주변 사람이나 학생들을 데리고 가 함께 공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인터넷 카페에 이런 시간들의 기록과 관련 자료들을 사진과 함께 올려 누구든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얼마 전 '연수구민의 날' 행사 때는 행사장에 자체 공간을 마련하고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인천 알기 낱말 맞히기(퍼즐)', 백제의 왕과 왕비 옷 입고 사진 찍기 등의 체험학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들이 열렬한 '인천 알리미'가 된 것은 지난 5~7월에 열린 '연수구민대학-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수강생으로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과정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아 '시민과 함께하기'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인천학연구원(원장 이준한·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 연수구청의 위탁을 받아 시작한 것이다. 인천일보 조우성 주필, 김윤식 시인, 인천시사편찬위원회 강덕우·강옥엽 박사 등 내로라 하는 역사·지역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강연을 하고, 지역 답사 시간도 가졌다.

"구민대학에서 우리가 같은 조였어요. 수업의 마지막 과정으로 우리 조는 인천과 관련이 있는 백제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했거든요. 준비하느라 많이 애쓰고 공부했는데 대학이 끝났다고 없었던 일로 하기가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이 모임을 만들었죠."

모임의 회장인 사진작가 윤봉상(63)씨는 "이번 기회로 그동안 가보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했던 지역의 역사 유적지에 많이 가봤다"며 "남은 것이 터밖에 없는 곳이라도 그 사연을 알고 나면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인천이 그 어느 도시 못지않게 오랜 역사와 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도시임에도 그것을 문화자산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인천시의 행정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이전에 서울에서 궁궐 안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적이 있어요. '서울은 이런 걸 하는데 인천엔 왜 이런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구민대학이 생겼을 때 정말 반가왔어요."

예절 강사인 노경희(53)씨는 "문화해설사 같은 분들처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주민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가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 읽어주기 강사인 오송원(48)씨와 자원봉사 활동가인 김종례(51)씨도 같은 생각을 밝혔다.

두 사람은 이번 기회를 통해 시내 곳곳을 다녀보니 시가 잘 보존해야 할 곳들을 없애버리고 그곳에 아파트 같은 것을 지은 일들이나 잘 관리하고 살려서 문화·관광자원으로 써야 할 곳들이 무심하게 버려져 있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회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지역을 공부하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각자의 직업이나 활동 범위를 최대한 활용해 '인천 알리미'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우리 동네 역사 찾기' 같이 동네 곳곳에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지역 문화운동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활동들이 1순위로 준비되고 있다.

"내 고장도 알아야 더 사랑하게 되죠. 마침 연수구민대학 같은 곳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잖아요. 그것도 공짜로 말이죠.(웃음) 주부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될수 있으면 이런 곳에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책 읽어주기 강사인 박부숙(52)씨는 "아줌마들이 깨어야 사회가 바뀐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