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마지막 머물던 곳에 저희가 왔어요"

고(故) 이태석(1962~2010) 신부가 남수단 톤즈 청소년들을 지도해 만든 '돈보스코 브라스 밴드' 청소년 29명이 20일 오후 서울 대림동 천주교 살레시오 수도원을 찾았다. 이 수도원은 살레시오회 소속이었던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톤즈로 의료·교육 봉사를 떠나기 전 사목 실습을 했던 곳이며, 선종(善終) 전 15개월 동안 요양치료하며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톤즈 청소년들은 16일 서울에서 열린 '2012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KOAFEC)' 기념 연주를 위해 7박8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길이었다.

청소년들은 1인용 침대와 책꽂이 하나 놓인 이 신부의 방에 5명씩 차례로 들어가 무릎 꿇고 기도했으며, 생전의 이 신부가 자신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을 보며 눈물짓기도 했다. 이들을 맞은 수도원 잔디밭에는 투병 기간 이 신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 50여점이 전시됐고, 대림동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 거주하는 한국 청소년들은 성가 합창으로 톤즈 친구들을 맞았다. 한국 청소년들은 '마지막 날에' '예수님 때문에' 등 이태석 신부가 사랑했던 성가를 불렀고, 톤즈 청소년들은 '홀리홀리' '세인트 마칭 인' 등 이 신부에게서 배운 곡을 연주했다. 이 신부로부터 트럼본을 배운 산티노 마구츠(20)는 "신부님이 간직하고 전파했던 사랑을 내 가슴에 간직해 다시 남수단에 전하고 싶다"고 했다. 톤즈 청소년들은 이날 수도원 방문을 마지막으로 남수단으로 돌아갔다.

한편 살레시오 수도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태석 신부의 유지(遺志)와 톤즈 밴드의 방한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수도회는 "이 신부의 뜻과 무관하게 '좋은 일을 한다'는 명분으로 이 신부의 이름을 걸고 이뤄지는 모금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 이태석 신부 선종 이후 남수단과 톤즈의 상황을 '페허가 되다시피 했다' '재건해야 한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모금을 목적으로 왜곡·폄하하거나,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 지원은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