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과학보다 더 많은 걸 알고있다"

"마침 2주 전에 신작소설 '제3의 인류(Troiseme Humanite·사진)'를 프랑스에서 출간했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Werber·51)의 목소리에는 대작을 막 끝낸 홀가분함과 흥분이 묻어 있었다. 베르베르를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독자 24명을 초청해 발자크, 빅토르 위고부터 베르베르까지 프랑스 문학의 명소와 대표적 작가를 만나는 문학기행의 한 순서였다. 베르베르는 '개미' 이후 한국에서만 모두 1000만부 넘게 작품을 판매한 작가. 그는 이날 한국에서 온 독자들에게 신작 '제3의 인류' 내용을 설명하며 "아마 내년쯤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을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의 인류'는 어떤 책인가.

"전작인 '개미'와 '신'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다비드 웰즈로 '개미'의 주인공인 에드몽 웰즈의 후손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진화한 미래 인류의 모습을 통해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얘기하는 것이다. 미래의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작고 여성화된 인간이다. 키는 17㎝ 정도로 현재 인류의 10분의 1 크기로 설정했다."

―왜 인간을 작은 모습으로 설정했나.

"매머드가 진화해 코끼리가 되고 공룡의 후손이 도마뱀인 것처럼 지구의 종(種)은 자연과 환경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점점 작아져 왔다. 사람들은 점점 잘 먹어서 덩치가 커졌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긴 지구의 역사를 볼 때 아주 작은 현상일 뿐이다. 이전에 우리보다 컸던 인류가 있다고 가정하고 현재 인류는 그들보다는 작고, 미래에는 더 작아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봤다. 그래서 '제3의 인류'다."

―한국에서는 신작을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내년 중에 한국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선 두꺼운 3권짜리 책으로 출간됐으니 한국에 가면 아마 6권짜리 장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작인 '웃음'도 프랑스에선 한 권짜리로 출간됐는데 한국에선 두 권으로 나왔더라."

―이번에도 과학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나의 전직은 알다시피 과학 신문기자다. 과학과 일반인의 관계를 많이 생각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항상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쓰고 싶었지만 신문 지면엔 한계가 있어 작가로 전업했다. 기자는 사회문제로서 과학을 다루지만 작가는 광범위한 얘기를 다룰 수 있어서 좋다. 사실 과학자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우리는 지구의 나이가 몇 살인지, 언제부터 인류가 지구에서 살게 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약(藥)들은 우연히 발견된 것들이다. 과학은 '이것이 진리입니다'라고 말해야 하지만 소설은 그럴 필요가 없다. 프랑스에선 내 작품을 철학공상과학이라고 말한다. 나는 과학자들보다 소설가들이 더 진실하고 더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94년 첫 방한 때는 한국사회에서 성공에 대한 열망을 봤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94년 당시 젊은이들은 일본 문화에 빠져 있었지만 최근엔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난 인상이었다. 한국은 미래와 테크놀로지에 호기심이 강한, 젊은 나라이다. 내 소설도 이성과 미래를 다루는 소설이기 때문에 한국 독자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