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소득 월50만원 안되면 카드 못 만든다

다음 달부터월 소득에서 금융회사 등에 매달 갚아야 할 부채 상환액을 뺀 월 가처분소득이 50만원 미만인 사람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이 금지된다.

신용카드 이용 한도도 개인별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화돼 월 가처분소득이 같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적게 책정된다. 이에 따라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은 카드 사용한도가 지금보다 3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고쳐 지난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가처분소득 수준별 신용카드 사용 한도 차별화 등이 내달부터 적용되는 것은 세부 규정 마련과 전산 시스템 개편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용등급 7등급 이하(7~10등급)인 사람에 대해 새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것은 15일부터 바로 적용됐다. 이들의 경우 납세 증명 등 신용카드 이용 대금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객관적 소득 자료를 제출해야만 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7등급 이하라도 이미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 중인 288만명의 카드 갱신에는 제한이 없다.

◇신용카드 이용 한도 신용등급별로 차등

지금은 카드사가 자체 기준에 따라 임의로 부여하고 있는 카드 사용 한도를 개인 신용등급과 월 가처분소득에 따라 철저하게 차등화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중간 정도 신용등급인 5∼6등급은 월 가처분소득의 3배 이하, 저신용자 등급인 7∼10등급은 가처분소득의 2배 이하에서 한도가 책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카드사가 부여하고 있는 통상적인 신용카드 이용 한도는 월 가처분소득의 3배 정도"라며 "6등급까지는 큰 변동이 없지만,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이용 한도는 가처분소득의 3배에서 2배로 상당 폭 줄게 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1∼4등급은 카드 회사가 한도를 자체 설정할 수 있지만, 한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금감원이 축소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4등급은 월 가처분소득의 3.5~4배 이내에서 한도를 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한도를 따로 두지 않았던 카드론도 신용카드 이용 한도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도가 신설된다. 즉 카드론 월 원리금 상환액이 카드론 신청 전 3개월간 신용카드 평균 이용 한도에서 평균 이용 금액을 뺀 금액(평균 미사용 한도)보다 적어야 한다. 예컨대 3개월 평균 미사용 한도가 100만원이라면, 매달 카드론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까지만 가능해 만기 1년이면 대출 한도가 1200만원으로 제한된다.

◇7등급 이하는 소득 증명해야 신용카드 발급

지난 15일부터 신용카드 신규 발급 대상 연령이 18세 이상에서 20세 이상으로 올랐다. 기준이 '민법상 성인'(만 20세 이상)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또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적용하는 개인 신용등급은 여러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 가운데 신청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매긴 등급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다음 달부터는 신용등급이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월 가처분소득이 50만원 이상인 경우만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에 연체가 있거나, 신용카드 3장 이상을 이용해 카드 대출(현금 서비스, 카드론 등)을 받은 다중(多重) 채무자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신규 발급이 금지된다.

소득 증명이 안 되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나, 월 가처분소득이 50만원 미만이라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사람은 직불카드에 최고 30만원까지만 신용 한도를 부여하는 직불 겸용 신용카드를 2장까지 발급받아 쓸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