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株 급등… 이번에도 반짝?

우리나라가 녹색기후기금(GCF)사무국을 인천 송도로 유치하자 증시에 녹색성장주 테마 열풍이 다시 불어올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녹색성장 테마주가 호재가 있을 때마다 반짝 올랐다가 다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탄소배출권 관련주 들썩

22일 국내 증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건산업은 상한가인 6150원에 거래를 마쳤고, 한솔홈데코의 주가도 가격 제한 폭까지 뛰었다. 지난달 탄소배출권 변환시스템 특허를 취득한 중국기업 글로벌에스엠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건사업은 해외에서 조림사업을 하고 있어 탄소배출권 관련주로 분류되며, 한솔홈데코는 지식경제부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 등록을 인증받은 기업이다.

이 외에도 온실가스 제거 시스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에코프로는 10.6% 오른 8050원을 기록했고, 온실가스 감축 시설을 보유한 후성과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생산하는 KC코트렐의 주가는 각각 0.7%, 2.9% 올랐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GCF 유치를 계기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탄소배출권의 경제적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은 다시 주목했다.

녹색기후기금 유치를 계기로 녹색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신재생에너지와 물처리산업 관련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풍력발전시스템 설비를 만드는 유니슨은 2.8% 올랐다. 상하수도관을 만드는 뉴보텍과 물탱크 제조업체인 젠트로의 주가는 각각 13.3%, 6.3% 올랐다.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

녹색성장 테마주는 사실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테마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저(低)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면서 녹색성장은 증시의 뜨거운 테마로 부상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녹색성장 산업 육성에 나서고 관련 지원책을 쏟아내면서 2009년까지 녹색성장 테마주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녹색성장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 대비 너무 많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왔고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의 녹색 바람도 한풀 꺾였다.

녹색성장 테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녹색성장 펀드의 수익률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녹색성장 펀드의 연초 이후(10월 22일 기준) 평균수익률은 2.05%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4.8%)와 해외주식형 펀드(10.1%)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녹색성장 펀드 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 펀드의 성적이 특히 부진하다. '우리퓨쳐에너지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A 1'은 올 들어 -16.5%의 손실을 내고 있다.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도 연초 이후 -15.3%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녹색성장 펀드는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중소기업이라서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일이 많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한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해당 업체들의 실적은 타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녹색성장 산업은 아직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과거 녹색성장 기업의 주가도 막연한 기대감에 의지해 상승한 측면이 적지 않다. 사업 목적에 녹색성장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내용만 적어 놓고 실제 투자는 뒷전인 무늬만 녹색기업들도 있어 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