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도 벌레도 배터리가 됩니다
입력 : 2012.10.23 03:09
당분 이용해 전력 생산… 발전하는 '바이오 배터리' 세계
인간 배터리 - 혈액 속 당분 분해시켜 심장 박동기 등 작동 가능
백금 칩 통해 로봇팔도 움직여
사이보그 딱정벌레 - 벌레가 섭취한 영양분 이용해 배터리 없이 감시 시스템 작동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에는 사람이 들어 있는 인큐베이터가 사방 가득 줄지어 있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세상을 장악한 기계들이 '인간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공장이다. 기계들은 사람 몸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해 사람을 공격할 에너지를 얻었던 것.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몸에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생물전지(bio battery)'가 현실화되면 환자가 몸에 이식한 의료기기를 배터리 없이도 작동시킬 수 있다. 전자장비를 장착한 '스파이 곤충'이 무거운 배터리를 달지 않고도 오랫동안 적진을 감시할 수도 있다.
◇혈액 속 당분으로 전기 생산
몸에 이식하는 의료장비는 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 심장박동기(pacemaker)가 대표적. 1958년 심장박동기가 처음 등장한 이래 과학자들은 다양한 전지(電池) 기술을 연구해왔다. 심지어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방법도 나왔으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로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요즘은 주로 리튬 배터리를 쓴다. 심장박동기는 수명이 7~10년 정도다. 리튬 배터리는 그때까지 사용이 가능하므로 심장박동기를 교체할 때 함께 바꿔주면 된다. 최근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의료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배터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몸에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생물전지(bio battery)'가 현실화되면 환자가 몸에 이식한 의료기기를 배터리 없이도 작동시킬 수 있다. 전자장비를 장착한 '스파이 곤충'이 무거운 배터리를 달지 않고도 오랫동안 적진을 감시할 수도 있다.
◇혈액 속 당분으로 전기 생산
몸에 이식하는 의료장비는 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 심장박동기(pacemaker)가 대표적. 1958년 심장박동기가 처음 등장한 이래 과학자들은 다양한 전지(電池) 기술을 연구해왔다. 심지어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방법도 나왔으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로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요즘은 주로 리튬 배터리를 쓴다. 심장박동기는 수명이 7~10년 정도다. 리튬 배터리는 그때까지 사용이 가능하므로 심장박동기를 교체할 때 함께 바꿔주면 된다. 최근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의료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배터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학자들은 배터리를 이식하는 대신 사람의 몸에서 직접 전기를 만드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압력을 전기로 바꾸는 압전(壓電) 소자를 이용하면 사람의 몸동작을 전기로 바꿀 수 있다. 이를테면 신발 밑창에 압전 소자를 넣고 걸을 때마다 몸이 바닥을 누르는 압력을 전기로 바꾸는 식이다. 체온과 주변 온도 차이로도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마비 환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의료장비를 이식한 환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따뜻한 실내에서 생활해 온도 차이가 발생하기도 어렵다.
최근 대안으로 나온 것이 혈액 속 당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몸에서 당분을 분해하면 전자가 떨어져 나오고 복잡한 대사과정을 거쳐 인체의 에너지원인 ATP가 만들어진다. 이때 나오는 전자 일부를 빼돌려 이식한 의료장비를 가동하는 전기로 쓰겠다는 것이다.
미국 'CFD 리서치'사(社)는 생명체가 당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리해 연료전지의 전극에 붙였다. 이를 딱정벌레에 이식했더니 2주간 몸속의 당분을 분해하면서 20㎼(마이크로와트, 1㎼는 100만분의 1와트)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환자에 이식하는 심장박동기가 필요한 전력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당 분자 하나가 분해되면 24개의 전자가 나오는데 이 전지는 두 개만 사용했다. 연구진은 "사람에게 이식하는 크기의 전지라면 심장박동기를 충분히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없이 나는 사이보그 딱정벌레
당 분해 효소를 이용한 생물전지는 '사이보그(cyborg·기계와 생명체의 결합) 딱정벌레'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딱정벌레의 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매달아 적진으로 날려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관건은 감시장비를 작동시킬 배터리다. 기존 리튬 배터리나 태양전지를 달면 딱정벌레가 무게를 견딜 수 없다.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전기로 바꾸는 시도도 있었으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으면 전기를 생산하지 못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 연구진은 바퀴벌레에서 섭취한 영양분을 단순한 당 분자로 바꾸고, 이를 산화시켜 전자를 내놓는 두 가지 효소 단백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올 2월 미국화학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두 효소를 전지의 전극에 붙이고 바퀴벌레의 복부에 이식했더니 면적 1㎠당 100㎼의 전력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안으로 나온 것이 혈액 속 당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몸에서 당분을 분해하면 전자가 떨어져 나오고 복잡한 대사과정을 거쳐 인체의 에너지원인 ATP가 만들어진다. 이때 나오는 전자 일부를 빼돌려 이식한 의료장비를 가동하는 전기로 쓰겠다는 것이다.
미국 'CFD 리서치'사(社)는 생명체가 당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리해 연료전지의 전극에 붙였다. 이를 딱정벌레에 이식했더니 2주간 몸속의 당분을 분해하면서 20㎼(마이크로와트, 1㎼는 100만분의 1와트)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는 환자에 이식하는 심장박동기가 필요한 전력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당 분자 하나가 분해되면 24개의 전자가 나오는데 이 전지는 두 개만 사용했다. 연구진은 "사람에게 이식하는 크기의 전지라면 심장박동기를 충분히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없이 나는 사이보그 딱정벌레
당 분해 효소를 이용한 생물전지는 '사이보그(cyborg·기계와 생명체의 결합) 딱정벌레'에도 적용될 수 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딱정벌레의 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매달아 적진으로 날려보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관건은 감시장비를 작동시킬 배터리다. 기존 리튬 배터리나 태양전지를 달면 딱정벌레가 무게를 견딜 수 없다.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전기로 바꾸는 시도도 있었으나, 나뭇가지에 앉아 있으면 전기를 생산하지 못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 연구진은 바퀴벌레에서 섭취한 영양분을 단순한 당 분자로 바꾸고, 이를 산화시켜 전자를 내놓는 두 가지 효소 단백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올 2월 미국화학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두 효소를 전지의 전극에 붙이고 바퀴벌레의 복부에 이식했더니 면적 1㎠당 100㎼의 전력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생물 전지도 한계가 있다. 효소는 단백질 성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거나 몸속 다른 단백질이나 조직이 덮어버린다. CFD사의 전지도 이 문제로 몇 개월밖에 작동하지 못했다.
MIT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올 6월 인터넷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효소 단백질 대신 백금 촉매를 이용하는 생물전지를 발표했다. 백금 촉매도 효소처럼 당 분자에서 전자를 분리한다. 백금은 인체에 무해하다. 연구진은 실리콘을 이용해 백금 촉매 전지가 내장된 칩을 만들었다. 실험에서 전지는 수백㎼의 전기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얇은 막으로 만든 칩에 마비 환자가 팔을 움직이려고 할 때 뇌 표면의 전류 차이를 포착하고 이를 로봇팔로 전달하는 회로를 넣을 계획이다. 생물전지는 당분으로 전기를 만들어 이 회로를 구동시킨다. 연구진은 곧 칩을 동물의 뇌 표면에 이식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당 분해 효소를 이용한 생물전지는 전 세계적으로 특허출원이 늘고 있다. 2004년까지 47건에 불과했으나 2005년 이후 135건으로 급증했다. 각국이 생물전지 연구개발 경쟁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일본이 특허출원 82건으로 앞서 있고, 미국(66건)과 한국(26건)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박길채 특허청 환경에너지심사과장은 "생물전지는 영화 속 흥밋거리가 아닌 현실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로봇이나 약물전달장치 기술 등과 융합 연구를 통해 원천특허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T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올 6월 인터넷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효소 단백질 대신 백금 촉매를 이용하는 생물전지를 발표했다. 백금 촉매도 효소처럼 당 분자에서 전자를 분리한다. 백금은 인체에 무해하다. 연구진은 실리콘을 이용해 백금 촉매 전지가 내장된 칩을 만들었다. 실험에서 전지는 수백㎼의 전기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얇은 막으로 만든 칩에 마비 환자가 팔을 움직이려고 할 때 뇌 표면의 전류 차이를 포착하고 이를 로봇팔로 전달하는 회로를 넣을 계획이다. 생물전지는 당분으로 전기를 만들어 이 회로를 구동시킨다. 연구진은 곧 칩을 동물의 뇌 표면에 이식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당 분해 효소를 이용한 생물전지는 전 세계적으로 특허출원이 늘고 있다. 2004년까지 47건에 불과했으나 2005년 이후 135건으로 급증했다. 각국이 생물전지 연구개발 경쟁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일본이 특허출원 82건으로 앞서 있고, 미국(66건)과 한국(26건)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박길채 특허청 환경에너지심사과장은 "생물전지는 영화 속 흥밋거리가 아닌 현실의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로봇이나 약물전달장치 기술 등과 융합 연구를 통해 원천특허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