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하동 꽃천지' 전국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 마을. 70가구 130여명의 주민이 사는 이 마을엔 경전선 철로가 지나고, 면소재지 인근에 간이역의 정취를 간직한 북천역이 있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꽃천지 마을'이라고 부른다. 북천역은 '북천코스모스역'이라는 이름도 함께 갖고 있다.

꽃천지마을과 북천코스모스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3일 찾은 마을엔 빨갛게 익어가는 감과 함께 흰색과 분홍색의 코스모스가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김종식 북천면장은 "지난 15일을 전후, 코스모스가 대부분 졌다"며 "조금 일찍 찾았으면 코스모스 꽃으로 물든 마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직전 마을은 농림수산식품부의 2012년 경관 우수 마을 콘테스트에서 최우수 마을로 선정됐다. 주민참여하에 특색 있는 경관 작물을 재배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든 농어촌 마을을 경관 우수 마을로 선정한다.

주민들은 지난 2006년 북천역에서 마을 간 1㎞ 구간의 철로 주변 논 10여만㎡에 코스모스를 심었다. 경관 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손실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경관보전직불제를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작물직불금은 ㎡당 270원, 1㏊당 170만원이다.

쌀값이 하락하고, 수매량마저 줄어들면서 쌀농사의 미래가 보이지 않자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문지환(68) 이장은 "'대대로 이어온 농업을 포기할 순 없다'는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쌀농사 소득과 작물직불금에 큰 차이가 없었던 데다 '우리 마을을 전국에 알려보자'는 데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간이역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북천역이 마을에 있어 코스모스가 가장 어울릴 것으로 판단했다. 한 주민은 "그때 나훈아의 '고향역'이라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했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심었던 코스모스가 만개하자 그해 가을 20여만명이 마을을 찾았다.

문병현(59) 축제운영단장은 "소문을 들은 외지인들이 마을을 찾아올 때 '축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07년 제1회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가 열렸다. 대박이었다. 무려 44만명이 마을을 찾았다.

이후 코스모스 34만6000㎡, 메밀 4만8000㎡ 등 39만4000㎡로 재배면적을 늘렸다. 50여종의 희귀 박이 장관을 이루는 길이 450m, 높이 3m, 너비 4.5m의 조롱박터널을 비롯, 1000㎡의 토종작물단지도 꾸몄다.

마당극, 마술, 7080콘서트, 색소폰 연주 등과 함께 농기구전시회, 코스모스 압화 만들기와 미꾸라지 잡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대폭 보강했다. 그 결과, 지난해 74만명 등 매년 60만~70만명이 축제 때 마을을 찾고 있다.

하루 이용객이 20여명인 북천역에는 축제 기간 주말 5000여명이 기차를 타고 내린다. 직원 2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북천역에는 축제 기간 인근 진주역에서 직원 6명이 지원에 나선다. 올해 구미, 천안 각 1회 등 축제 기간에는 코레일이 임시관광열차를 편성하고 있다.

1일 11만명까지 마을을 찾으면서 마을에서 12㎞ 떨어진 사천시 곤명면 완사리까지 국도 이용 차량이 밀릴 정도여서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마을 주민들의 소득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고구마, 밤, 쌀 등 농특산물 판매액이 14억원에 달한다. 메밀국수, 하동솔잎한우 고기 등 음식 판매액도 2억원에 달하는 등 판매 총액이 27억5000만원에 달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하동코스모스마을 외에 유채·메밀재배로 각광받고 있는 전남 장흥 선학동 마을, 청보리밭 축제로 유명한 전북 고창 선동 마을, 온 섬이 유채꽃 천지인 제주 우도 마을 등 3곳을 '경관 우수 마을 콘테스트' 우수 마을로 선정했다. 농림부 측은 도시민에게 휴양·관광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농어촌 활성화와 연계하기 위해 매년 '경관 우수 마을'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