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100만대 수요 생긴다… '반값 TV' 전쟁 후끈

3D(입체영상) TV 등 첨단 제품에 밀리던 중저가 TV 시장이 올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대형 마트가 이른바 '반값 TV'를 선보이며 가격 경쟁을 촉발시킨 데다, 올 연말에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됨에 따라 100만대 이상의 TV 교체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전양판점 하이마트에 따르면 전체 TV 매출 중 32인치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5%에서 올해 45%로 증가했다.

대형 마트가 품질 대비 가격이 싼 PB(private brand·특정 매장에서만 파는 제품) TV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자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가전회사도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가격도 낮아지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최대 100만대 TV 교체 수요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으로 디지털방송 시청 준비가 안 된 가구는 27만7000만가구(전체의 1.6%)에 달한다. 연말까지 각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기 때문에 디지털 TV로 교체하거나 디지털 수신기를 달지 않으면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TV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적어도 50만~100만대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올해 TV 판매가 전년대비 10~15%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직까지 TV를 바꾸지 않은 가정 가운데 상당수는 중저가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10월 이마트가 내놓은 '드림뷰(32인치)'는 '반값 TV'로 불리며 지금까지 3만대가 팔려나갔다. 돌풍에 놀란 대형 가전회사들이 덩달아 기존 TV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롯데마트의 TV 판매 중 40인치 미만 제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반면, 40인치 이상은 10% 감소했다. 특히 40인치 미만 LED TV는 작년보다 매출이 6배 늘었다. 이병률 롯데마트 가전담당 MD(상품기획자)는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른 교체 수요와 거실 TV 이외에 방에 두는 '세컨드 TV'를 사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가전업체 경쟁구도

1년 전 이른바 '반값 TV'로 인기를 모았던 이마트는 판매 1주년을 기념해 23일부터 32인치와 42인치 중저가 TV를 내놨다. 가격은 46만9000원, 73만9000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삼성·LG 제품보다 30% 이상 싸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TV 제작 회사인 대만 TPV가 만들었다. 이마트는 1차로 2만4000대를 들여와 판매하고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추가로 생산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25일부터 31일까지 풀 HD급 32인치 '모뉴엘 LED TV'를 37만9000원에 판매한다. 작년 7월부터 자체 TV를 판매해온 홈플러스도 25일부터 자사 PB 브랜드인 '엑스피어' 39인치 모델을 59만9000원에 팔 예정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각각 1000대 수량이다.

대형 가전업체에 밀려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에 집중해오던 중소업체들도 다양한 제품을 들고 국내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 사이트의 올 상반기 TV 매출 점유율은 LG전자가 1위(41%)였고 매직피아(30%)·스카이미디어(17%) 등 중소 업체들이 뒤를 이었다. 스카이미디어 남윤민 과장은 "하루 생산량이 작년의 10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기존 업체들도 올 들어 '국민 TV', '알뜰 TV' 등의 이름으로 중저가 모델을 내놓고 있다. 주력인 대형 화면·고사양 제품에 비해 마진이 적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TV 시장이 성장은 하되 고사양·스마트 TV라는 업계 트렌드를 완전히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신증권 박강호 테크팀장은 "삼성·LG 등 가전업체 입장에서는 마진이 적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중저가 시장을 키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시적 교체 수요나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응하는 니치마켓(틈새시장)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