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력 놓고 보면 한국은 명백한 선진시장"

"국가 경제력과 자본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국은 신흥 시장이 아니라 이미 선진 시장입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 폴 드눈<사진> 이머징마켓 채권 담당 이사는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설명회에서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얼라이언스번스틴은 약 4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며, 드눈 이사는 신흥시장 채권을 위주로 약 235억달러의 투자자산을 관리하는 인물이다.

그는 "채권 투자자가 국가를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무 자르듯 잘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로서 한국 시장 전체를 놓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한국은 명백한 선진 시장"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그가 한국을 선진 시장으로 간주하는 근거로 꼽은 것은 ▲국가 신용등급이 대표적 선진 시장인 일본 수준으로 높아졌고 ▲국가 부도 위험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본보다 낮아졌다는 점 ▲2009년 외국인 국채 보유세가 폐지돼 투자 여건이 개선된 점 등이다.

WGBI는 미국·일본·독일 등 23개 선진국 국채로 구성한 지수다. 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의 '1부 리그'에서 겨룬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멕시코·말레이시아같이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하거나 작은 국가들도 WGBI에 편입돼 있지만 한국은 '2부 리그' 격인 '세계 추가 시장 지수'에 들어 있다.

드눈 이사는 지난 11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예로 들면서 "미국·유럽·일본이 일제히 9월에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이보다 약 한 달 늦게 조치를 취했다. 한국의 통화정책은 늘 다른 선진국과 시차를 갖고 반응하며 이는 투자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선진국과 같은 방향의 경제정책이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의 다양화가 가능하고 투자 결과를 예측하기가 비교적 쉽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달 3차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것)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는 미국의 경제에 대해선 "소비자의 힘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미국 가정이 대출이자 등으로 지급해야 하는 돈을 뜻하는 '가계 금융 부담 비율'이 198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돈이 늘었다는 뜻이다"고 말했다.